언제부턴가 나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차는 어부인 전용으로 깔끔스레 양도하고
좀 궁상스럽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버스며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여러 가지의 유익한 점이 많다.
주차 때문에 거치적거림도 없고
빨리 간다. 늦게 간다. 빵빵거림도 없다.
더구나 버스며 지하철 안 공간 활용은 더없는 유익함이다.
특히 지하철은 책보기에 더없이 좋아 때론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불안하기까지 한다.
오늘 여의도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광화문에서 5호선을 탔다.
35도, 후끈한 지상의 열기와는 달리 지하철은 시원했다.
옛날 지하철은 여름이면 찜통이었으나 요즘 지하철은
제아무리 무더운 날씨에도 한기까지 느낄 정도로 시원하다.
나는 습관처럼 노약자석에 앉아 다리를 꼬아 올리고
책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오신 것일까.
등 굽은 허기 위로 허술한 주름을 인
할머니 한분이 위장하여 조는 눈들을 지나
간신히 내 앞에 섰다.
마주보는 두 사람,
피차 무표정이다.
무언의 내 미는 손,
표정 없이 바라보는 눈,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졸아든다.
졸아들어 껍질만 남은 공간 속으로
입술 꽉 다문 마른 말들이 오간다.
“젊은 이, 껌 하나만 사 주세요?”
“할머니 이 껌, 만원주고 사면 안 되나요?”
“아니고, 그럼 나야 고맙제 에”
잠시 침묵은 더 이어졌다.
쳐다보는 마음들이 달라 협상은 선뜻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사이 나는 만원을 꺼내어 할머니 손에 드렸다.
그러자 그 할머니는 놀라신 표정으로 극구 천원이라며 사양하셨다.
나는 다시 할머니 손을 잡고 괜찮으니 받으시라며 웃었다.
만원과 천원사이의 실랑이가 할머니와 나의 사이에서
한참을 푸르게 팔랑거렸다.
할머니는 내 맘을 알아 차렸는지 껌 하나를 더 꺼내어
부득 2천원만 받아 가셨다.
다음 칸으로 넘어 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오늘 관세음보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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