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어떤 지인과 전화를 했는데, 친척분이 뇌혈관이 좁아져서 대전 모 병원에 입원했는데, 혈관 확장수술을 해야되는데 본인과 보호자들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모병원 뇌혈관 수술 선생님에게 진료를 예약하여 다음 주의 진료날짜를 알려주었더니, 급하다고 그냥 대전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지금 환자가 응급상황도 아닌데 조금 섭섭했지만, 그러냐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제 다시 전화가 왔다. 수술 중에 혈관이 터져 반신마비가 왔는데,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길 수 없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안되며, 지금은 안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의 65%가 자신이 암에 걸리면 스스로 치료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암에 걸린 경우에는 단지 12%만이 그렇게 했다고 한다. 환자들이 의사들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의사의 능력과 친절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이 치료에 대한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행위가 짐이 되는 이유는 그런 결정의 근거로 삼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방대한 양의 정보 속에서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의학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공부하지 않은 채 봐야하는 기말시험의 악몽과 같다. 그 결과는 성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요즘은 진료와 그에 따른 책임의 상당부분이 환자의 어깨 위에 얹혀있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해야할 것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장단점과 함께 제시하고 환자가 선택하는 시대로 변했다. 진료와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자율성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크게 높이긴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율과 책임의 이동이 너무 지나친 감도 없지 않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이제 어떤 의사를 선택하는가 하는 문제보다 의사에게서 어떤 진료를 받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며 대단히 스트레스받는 피할 수 없는 짐을 지게 되었다.
인생에서 불확실성은 잔인한 것이고, 자신이 스스로의 건강에 관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부담으로 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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