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공산진영과 사회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 빵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선 구소련 시민들의 행렬을 보고 자유진영의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사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통독이후 동독 사람들이 서독에 와서 느꼈던 가장 큰 적응장애가 먹고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당이 결정해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종교적인 유대가 깊은 집단일수록, 사회적인 연대가 강한 집단일수록 개인적인 자유와 선택, 그리고 자율이 제한당하기는 하지만, 더 많이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결혼도 특정 배우자에 대한 헌신을 약속함으로써 자신의 성적 혹은 감정적 파트너의 선택을 제한하고, 누군가와 진정한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요구되어 자신의 자유가 제한되고 책임과 의무를 지는 것이다.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와 선택의 자유를 얻는 대신에 사회적인 관계의 양적, 질적 감소를 겪게 된다. 우리가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쓸수록 다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외롭고 우울해지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보는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혼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친밀성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며 갈수록 이웃들과 함께 보내거나 부모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한 동네에서 태어남으로서 자동으로 가입되었던 사회적 연대관계도 이제는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더라도 스스로 친구를 만들어야 하고, 가족이나 친척들과의 관계도 적극적으로 의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계발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며, 상대방을 알고 상대방이 가능한 시간에 나를 희생하고 상대방의 요구에 언제든지 부응할 각오를 해야하므로 그만큼 자신의 자유가 제한받기 때문이다.
선택과 이동의 자유, 그리고 안정과 헌신의 욕구 사이의 갈등을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에 우울증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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