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22.10.17 + 작 성 자 : 이동윤
+ 제     목 : 달팽이 속도로 달려도 주자임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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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중심이 마라톤이 되고, 울트라마라톤이나 트레일런 같은 고강도 거리 중심의 달리기가 대화의 중심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런 주자들의 생각이나 경험에 쉽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그런데 달리기는 예전 산업개발시대에 "3보 인상 구보"라는 말로 빠른 결과를 요구하던 사회적 흐름도 알게 모르게 하나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한 때는 마라톤이라면 풀코스를 달려야 한다고 거리에 따른 구분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생활 형태나 방식이 바뀌면서 그런 물리적인 기준에 따른 주자들의 분류는 의미가 없어졌다. 중요한 것은 걷기보다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지 거리 자체가 아니며, 신체활동의 중요성과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건강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환자나 일반 동호인들에게 인터벌 달리기를 하도록 많이 권유하고 있다. 1~2분 달리고 2~3분 걷기나 1km 달리고 1km 걷기 등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전체 달리는 거리나 시간의 20% 정도는 달리기로 채우도록 안내한다.

발목 등 관절이나 근육이 불안정하고나 약한 사람들이나 나이든 사람들, 비만이거나 달리기 경험이 익숙하지 않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우선 달리기 자체에 익숙해지고 자신도 주자라는 자신감을 가지는 신체 활동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km도 겨우 달리는데..!'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1km를 달릴 수 있으면 2~3km도 마음만 먹으면 곧 달릴 수 있다는 주자로서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또 분명하고 충분히 가능한 것이 현실임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확인할 수 있다.

훈련을 거쳐 조금씩 거리가 늘어나고, 목표를 달성할 때의 기분이 어떤지 잘 알게 되면서 스스로 더 나은 주자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이미 멋진 주자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0km 건강 달리기 주자라도 마라톤 대회 당일 아침에는 마라톤 주자들과 전혀 차별 없이 참가자 주차장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거리 구분에 따라 주자들이 출발하고, 같은 거리에서도 완주 시간대에 따라 출발선 구역이 달라진다.

마라톤 대회장에서는 사실 그런 구분들이 중요하지 않다. 한자리에 모인 수많은 주자들을 보면서 서로 짜릿함과 완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기도 한다. 주자 대기 구역 옆의 간이 화장실에서는 평소에 본 것 중 가장 긴 대기 줄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대기 구역한 항상 알록달록한 스판덱스를 입은 참가자들로 미어터지기 마련이고, 경계울타리 입구까지 북적인다. 그런 혼잡한 무리 속으로 선뜻 들어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주위 분위기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무리의 뒤쪽에 서 있게 된다.

마음 속에 일어나는 흥분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서 빨리 출발 총소리가 나기만 기다리게 된다. 온몸의 근육이 은근한 긴장과 불안으로 당겨오기도 하지만, 큰 주자들의 흐름으로 이내 평온 속에서 자신만의 달리기 리듬에 빠져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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