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초가 되면 나는 진료실 책상 앞의 메모용 달력에 그 달의 운동 계획을 기록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미처 기록되지 않는 달력을 보면 갑자기 내 마음도 텅 빈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래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수험생들은 수능일만 바라보고 살며, 졸업반 학생들은 취직의 꿈을 꾸며 살아가며, 백수들은 앞날을 두려워하며 어쩔 수없이 살 수도 있습니다.
내가 달력을 운동계획으로 미리 채우지 않더라도 그 날이 되면 나는 정해진 운동으로 그 날을 시작할 것입니다. 시간이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나는 존재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인위적인 시간들에서 멀어질수록 내가 시간 속에서 살아왔고 시간 속에서 죽으리라는 것을 더욱더 선명하게 깨닫게 됩니다. 나 자신은 원래가 시간을 초월해 영원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내가 보낸 과거란 있지도 않으며, 단지 시간만 존재할 따름이지요. 과거의 일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듯이 미래의 일도 알 수가 없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일직선상의 연속된 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순간은 없을까요?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간이 다할 때까지 우리는 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우리가 죽는 것은 때가 되었기 때문이며, 누구도 내가 얼마나 살지,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기대로 '지금 이 순간'의 가능성을 놓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이 미래로부터 자유롭게 신성한 지금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