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우리 집의 대들보셨던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집안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면서도, 어머님의 어려운 삶의 의지를 옆에서 보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자립심이 강하게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길 기대하면서도 막상 손을 내밀면 뿌리쳐 버리고, 아무도 나에게는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며 혼자 외롭게 지낸 사춘기 시절도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것이 내가 버림받았다는 무의식적인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사춘기가 지나면서 나 스스로를 돌 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스스로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친구들의 일에 개입하고 친구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할 사람은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열심이었지요.
그러나 요즘 암으로 투병하시는 장인어른을 보며, 우리가 아무리 이별을 아쉬워하고, 그런 겻을 겪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을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찾아오고 마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가까운 거리를 만들지 않는다고 그 사람들과의 이별을 경험하지 않거나 그런 이별이 아프지 않는 것은 아니란 것입니다. 인생은 우리가 원한다고 이별을 막을 수도, 이별이 없는 세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도를 통해도 부모와 자식간의 이별은 언젠가는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미래의 가능성 때문에 현재의 삶이 움추러들 필요는 없습니다. 두려운 일로 가득찬 불완전한 세상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의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
미래의 이별이 가까운 시일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별이 예정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별이라는 혼란의 불길 속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또다른 새로운 세상을 보는 기회도 얻게 됩니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 즉 이별의 너머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초월적인 마음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자신이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진정한 마음만이 영원히 간직된다는 것입니다.
이별의 와중에서만 바라보면 세상은 살 맛이 없는 삭막한 곳이지만, 이별이 있는 순간에도 만남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나의 자식들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렇게 삶과 죽음이 단지 형태만 바뀔 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영원이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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