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신 어떤 분이 단 하나 남은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빌려주라는 큰 아들의 부탁을 받았답니다. 몇일을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아들을 불러 자신이 지금까지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봉사하고 말년에 이제 이 집하나 딱 남았는데, 이것까지 자식들을 위해 사용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는군요. 참 잘한 용기있는 아버지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주변 상황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날씨도 좋고, 집값은 오르고,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하고, 식사도 괜찮고.....그러면 스스로를 멋있게 느끼고, 그렇지 않으면 초라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만, 이것은 진정한 나 자신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상황들 아래에 진정한 나 자신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지위나 결점같은 외적인 환상을 버릴 때라야 비로소 자신의 진면목을 볼 수 있습니다.
인생을 시작하든, 절정기에 있든, 절망의 순간에 있든 나 자신은 겉으로 나타나는 직업이나 앓고 있는 병이나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언제나 모든 상황을 초월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삶이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존재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 세상 누구도 나와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거나 삶을 경험하지 못했을 아주 특별한 존재가 자신이지만, 이것은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나서야 진정으로 특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하고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에 얽매여 살아가는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지요.
겉으로 들어나는 존재인 '나'와 안에 숨어있는 존재인 '나'가 하나가 되면 더 이상 숨거나 두려워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게 되지요. 상황을 초월한 존재로서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자신이 된다는 것은 감추고 싶은 어두움 면이나 결점까지 포함해서 자신의 인간적인 자아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인위적이고 멋진 모습들로 자신을 가리고 있는 사람보다는 그 자체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인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지요.
우리 인생은 식탁에 오른 한 마리 생선과 같습니다. 아버님에게 한 점, 어머님에게 한 점, 아이들에게 한 점씩, 같이 식사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한 점씩 떼어주다 보면 나중에 내가 먹을 수 있는 고기는 한 점도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자신이 무슨 고기였는지 모르는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최소한 자신이 어떤 고기였는지는 알고 가야할 것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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