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이혼한 한 선배가 중3인 딸이 통 공부는 하지 않는다고 답답해 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화를 내거나 다그치면 아이가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할까 봐서 그냥 두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내 말을 잘 듣고 잘 웃는 자식은 착한 아이입니다. 말을 잘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려는 아이는 나쁘지는 않지만, 착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준다고 말은 하면서도 이렇게 무조건적이고 차별없는 사랑를 주지는 않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일은 비단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친구나 직장, 혹은 취미 모임에서도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것은 내가 주는 그 사랑이 되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사회적인 인간 네트워크에서 내가 받는 사랑을 일일이 계산하면서 언제나 손해본다는 기분을 느끼며, 제 때에 메아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불편해 합니다. 정말로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재는 행위 자체가 사랑이 아니며, 그냥 두 손에 사랑을 움켜쥐려고만 하기 때문이란 것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가 날 때는 상대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내 스스로 마음을 닫고 사랑을 거두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온 세상을 자비로운 가슴으로 안았던 부처님과 예수님같은 성인들의 열린 가슴을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상대가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내 사랑을 나누어 주지 못하고 손 안에 움켜쥐고만 있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쩝니까? 친구나 형제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어떡하겠습니까?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나의 사랑을 주고, 그만큼 사랑할 수 있으면, 언젠가는 내가 바라는 변화를 보게 될 것이고, 상대의 가슴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답답함을 담담히 참고 견디며 어린 딸의 방황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선배님의 거대한 사랑의 힘을 느낍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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