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한 국군포로의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무지막지 매몰차게 끊어버린 주중 대사관의 여직원의 행동에 대한 거부감이 거세다. 그러나 옆에서 매맞는 사람을 보면서도 못 본 척 지나가는 우리의 행동은 바람직한가?
사회는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나와 같은 보통의 완전한 사람 수준에서 가치가 없거나 타락한 사람 수준으로 끌어내려 버리는 경향이 있다. 정신장애나 알콜 중독은 그 병에 걸린 책임이 환자의 개인에게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완전히 회복된 뒤에도 직장이나 거주할 장소를 물색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 안된다.
회복된 암환자도 직장을 구하기에는 위험성이 많은 인간으로 취급되어 어려움이 많으며, 나이많은 사람이나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비슷한 적의를 동반한 거절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약한 사람은 도와주어야 한다고 항상 교육하면서 실지로는 약한 사람들에게 사회생활에서 왜 징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
도둑맞은 이웃에게 그 불행의 원인이 그 이웃에게 있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자신은 올바른 세상에 올바른 방법으로 살고 있다고 믿고 싶은 욕구에서 생겨난다.
옳은 일을 하면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옳지 않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함으로써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합리화하고, 그런 일에 대한 공포심을 감소시키려는 마음의 작용 때문이다.
이 세상은 나쁜 곳이 아니지만 희생이나 불행을 당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수단이며, 과정인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자기처럼 운이 좋은 사람들은 단순히 재수가 좋아서 행복한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그런 불행하거나 파멸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나쁜 인간으로 비난하면서 그런 사람들과 어떤 안전한 거리를 만들어 두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인간들에게는 동정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너의 문제에는 너의 책임이 있으미까 내가 너를 도와줄 의무는 없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상이다. 그 결과 비난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정한 행동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잠재적인 불행의 희생자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상대의 처지를 생각해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훨씬더 따뜻하고 편안하고 살아갈 만한 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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