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치른 우리 막내는 점수가 별로 좋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남은 기간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자고 하였다. 그런 결과을 초래한 자신의 성격적 혹은 생활상의 결함을 추궁하는 등의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중병에 걸린 사람들, 사고를 당한 사람들, 범죄의 희생이 된 사람들, 배우자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 경쟁률이 높은 시험에 실패한 사람들처럼 불행한 일을 당하게 되면, 개인적인 책임을 느끼며 자신의 생활태도를 바로 잡으려 하는 마음을 내게 된다.
계속 자신을 비난하여 우울증과 무력감에 빠져 스스로 스트레스를 극복할 힘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이혼, 실업, 암, 성폭행처럼 자신의 운명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는 경우에도 자신을 비난하며 스스로에게 나쁜 이미지를 가지게 됨으로써 자신은 도움을 받은 가치가 없다고 믿게 되면서 도와주려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말을 듣지 않거나 실패를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권선징악(勸善懲惡)적인 교육을 받았다. 우리 주위의 전통적인 종교적 가이드라인도 그런 행동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성격적인 결함을 지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울증의 치료를 받아야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불행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렇게 생각해야 자신이 스스로의 운명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책임이 자신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이 사고로 인한 모든 것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거나, 시험을 잘 보지 못한 것이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 결과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르는 모든 처분은 내 스스로 수긍을 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책임을 지는 것과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행동보다도 자신의 성격을 책망하는 것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절망과 우울의 온상을 만들어줄 뿐이다.
자신의 어떤 특정한 행동 때문에 암이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술을 받거나 항암요법으로 자신이 나았다고 믿고 있지만, 자신의 성격상의 어떤 결함 때문에 암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직 낫지 않았으며 여전히 암이 진행되고 있다고 믿으며, 심한 우울증에 걸려 있기 쉽다.
우리의 인생은 인과응보의 고리를 벗어날 수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보다는 그 성격 때문에 나타하는 행동에 따른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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