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여보세요.나 며칠간 쉬는데 낙향하는 거 보지도 못해 이번에
내려 갈려구.....며칠 전에 또 수술했거든."
"거기 어디야?.." "여기 뚝방 주차장인데 지금 퇴근 시간 기다리고 있어..."
매사에 철저한 분이시라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단다.
돌리켜 보면 같이 붙어 다닌지가 30년이 지난 거 같습니다.인턴 때 만나
같이 수련도 하고 우연히 제가 소개도 했는데 결혼도 하고....
하늘의 뜻인지 공직생활과 개업도 같이 하고,하루가 멀다하고 퇴근하면
집 주위에서 만나 한 잔하고 집으로.나중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여
빵집에 들러 상대방의 집에 줄 선물도 사고....사는 집이 늘 가까웠으니.
언젠가는 응급실 신세를 두번 진 저는 불안하여 유언장 비스무리한 걸
작성하여,"내 혹시 뭔 일나면 여기 적힌대로 해 달라고...." 하기도 했는데...
몇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심장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퇴원을.
사이비인 저에게 그런 일이 있다면 몰라도
전형적인 선비이신 그 분께 어찌 그런 일이...
이번에 다시 그런 일이 있어 또 심장수술을 했다고.그동안 교과서대로
금주와 식이요법 운동 약복용 정기적인 검진 등....정말로 철저했는데...
하늘이 무심하고,하늘을 원망하고,그러나 하늘의 뜻으로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막리 골짜기에서 저녁을 먹고 거닐 때,부부가 서로 손을 맞잡고 거니는
모습이 정말로 좋았고 남전리에서 선물한 곶감에 즐거워하던 표정이 눈에 선~하네.....
아무쪼록 열심히 살자구~~~~~골 골 백년이라고 하니.
● 詠花 -- 知玄後覺
花開滿樹紅 꽃 피니 나무 가득 붉은 빛이요
花落萬枝空 꽃 지니 가지마다 빈 허공이네
唯餘一朶在 꽃 한송이 가지 끝에 남아 있으나
明日定隨風 내일이면 바람따라 떠나가리라.
내용도 별로인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7.1.18.뚝방길.토요일에 온 30년 지기 부부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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