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젠 시를 보시는 눈높이가
예전보다 많이 높아지신 것 같군요.
옛날엔 글을 조금만 비틀어도
도대체 먼 소리하느냐?
이것도 시냐?
쓰는 너만 아는, 시건방 좀 떨지 마라.
대충 이런 분위기셨는데
많이 공부를 하신 것 같습니다.
2.
그러면 제가 쓴 글이지만
(잘 씀과 못씀을 떠나서...)
우리 이 시를 잠시 함께 읽어 보지요.
마른 잎
-시에서 제목 달기가 참 어려운 문제지요. 제목을 너무 쉽게 달면 금방 내용이 보여서 시 맛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너무 동떨어진 제목을 달면 그것 또한 초짜 어설픔이 나오지요.
이 시에서 ‘마른 잎’은 그런대로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인천 간석오거리 옆
삼성병원
목이 가느다란 노인들이 줄지어
탁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
입원실의 공기는 백발의 머리를 쓸어 올리며
간신히 허공을 본다.
밀폐되어 나갈 곳이 없는 휑한 눈들이
공기보다 더 가볍게 부딪칠 뿐,
말이 없다.
-1연은 화자가 노인병동 입원실을 방문하여 그 입원실의 침울한 분위기를 묘사한 것으로 ‘노인’, ‘탁한 공기’, ‘백발’, ‘휑한 눈’ 이런 시어들이 이질감 없이 그런대로 잘 짜여 있습니다.
뼈와 뼈들이 가볍게 흔들린다.
마른 살갗이 잔물결처럼 살랑거리며
뼈를 지탱해 줄 뿐,
5남매, 7남매를 짱짱하게 일으켜 세운
매운 흙바람은 이제
공기보다 더 가볍게 떠날 채비를 한다.
-2연은 1연을 보다 구체화 시키며 이미지의 세밀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즉 2연의 1,2,3행에서 화자는 입원한 할머니의 몸 쪽으로 시적 아이러니를 환기시키며 1연의 이미지를 연결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2연 4,5,행은 지금까지 이어온 시적 이미지에서 순간 반전을 꽤하며 독자로 하여금 신선함 느낌을 줌과 동시에 또 다시 6행에서는 앞 이미지를 살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편의 시가 다양한 변화 즉 히트 앤드 런 수법으로 독자로 하여금 감흥을 불러일으켜 보려는 시 작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바람이 불고 간 뒷자리에
등이 휜 가지가 꺾여 뒹군다.
쓸모없는 가지들
행인들의 발길에 턱턱 차인다.
한때는 녹음 우거져 여름을 떠받던 가지들
멍이 든 이파리를 달고 누워있다.
-3연의 1행은 이제 화자가 밖으로 나와서 길을 걷습니다. 이것은 한정된 공간의 지루한 묘사를 벗어나 시적 이미지를 외부에서 차용하려는 의도이지요. 그래야 시가 확장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부 이미지를 차용할 때 시 전체 흐름과 전혀 다른 내용의 이미지를 차용하면 자칫 시가 툭툭 끊긴다는 것입니다. 시에서 이 부분이 아주 중요함) 2행은 병든 할머니의 이미지와 상관시키려고 살짝 등이 휜 가지를 차용했으며, 사람은 누구나 늙어지면 쓸모없는 존재요 그 무상함을 노래하려고 4행의 무심한 행인들의 발길을 차용한 후 5행 그래도 한때는 쓸모 있었음을 역설 한 후, 마지막 6행 멍이 든 이파리를 달고 쓰러져 있는 인생의 마지막을 노래 한, 다시 말해서 각 행 마다 시적 호흡을 짧게 끌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를 굳이 총평을 하자면 쉽게 읽히는 평범한 시요, 시적 소재의 신선함이 떨어지는 지나치게 평이 한 시라 하겠습니다. 이 시가 좀 더 작품성 있게 평가 받으려면 비록 통속적인 소재라 할지라도 시 전개 자체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어야 하지요. 그리고 1연 정도를 더 추가하여 생과 죽음의 문제를 보다 더 밀도 있게 그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쉽게 되나요? 몇 줄 쓰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이 창작의 고통인걸요.
지금까지 시를 같이 공부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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