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기울면서 주위 인심의 변화에 대한 차가움을 경험한 뒤로 나도 모르게 보호본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태도일 것이라 생각된다.
내 할 일만 하면서 주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감정적인 얽매임에서 벗어나려는 태도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감정적인 얽힘이 옅으지는 만큼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기가 쉬워진다.
어릴 때 '모든 사람은 자기 먹을 밥그릇을 타고 났다!'는 어른들 말씀을 잊지 않고 있다. '내 밥그릇은 얼마나 될까?'궁금해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가 나의 밥그릇은 내 자신이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오로지 열심히 주위와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어려운 처지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고,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많은 편이지만, 가능하다면 개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서로 도와야 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좋은 사람'과 '깨달은 사람'은 다르다.
우리에게는 노력할 책임만 있을 뿐 그 결과는 우리의 소관이 아니라 하늘이나 부처님이나 절대자에 달려 있다는 수용적인 태도는 좋은 사람의 삶의 방식이고, 삶의 결과도 위치 혹은 한계성이 없는 나 자신의 삶의 책임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태도는 깨달은 사람의 것이다.
세상살이 일들에 초연하여 삶의 태도가 무미건조하거나 냉담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 자신이 세상일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밖의 환경이나 상황을 빌어 통제하려고 애쓰지 않아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은 다 제 나름의 목적에 기여하고 제 나름의 쓰임새가 있으므로 겸허하게 나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깊숙히 참여한다는 의미이다.
내 밥그릇은 내가 만드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려서는 밥그릇을 구경조차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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