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진료를 마치고 집에 와서 간단한 준비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저녁에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자고 가기로 하고...어디 장소를 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되는대로 하기로 하고 출발했지요. 목적지를 정하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이니까요.
고속도로는 막히고 3시간이 넘어서 겨우 청원을 지나고 시간은 9시가 지나고 있습니다. 유성에 있는 옛 군인휴양지인 계룡스파텔에 주차를 하고 방을 정하고(주말이라서 피크타임제가 적용되어 조금 비싸지만, 그래도 일반 호텔에 비하면 아주 싸고 시설도 좋습니다.) 근처 낙지집으로 옮겨 산낙지와 소주를 한 잔 합니다. 막내와 집사람이 아주 좋아하네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사우나를 마치고 나오는데, 안면있는 사람을 만납니다. 예전 청와대 경호실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인데, 지금의 부산의 모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 반가워 악수를 몇 번이나 하고 헤어집니다.
7시 반이 넘어 출발하여 한가한 고속도로를 달려 언양에 착하고, 부모님 산소 앞에 섰습니다. 진달래와 이제 이름도 잊어먹은 봄꽃들이 드문드문 햇살을 즐기고 낙엽들이 쌓인 길없는 길을 만들어 산등성이 양지바른 곳에 모셔진 부모님 산소 앞에 서니 그냥 포근한 기분에 마음이 안정됨을 느낍니다. 어릴 적 부모님에게서 느끼던 그런 감정입니다.
내가 중학교 1학년 식목일에 아버님 산소 주변이 심은 전나무 9 그루가 너무나 곧고 높게 잘 자라고 있어서 보기만 해도 힘이 납니다.
산소에서 내려와 미나리 농장에서 미나리를 몇 묶음 사고, 동네에 아직도 살고 계시는 사촌 형님댁을 방문했더니 문이 잠기고 아무도 없습니다.아마도 어디 출타를 하신 모양입니다. 건강도 좋지 않으시다고 했는데 어디 병원에라도 입원하신 것은 아닌지...
다시 언양으로 내려와 늦은 아점으로 언양 불고기를 배터지게(?)먹고 나오니 너무 오래 지체를 했습니다. 오후 1시 30분에 있는 오랜 산친구의 큰 딸 결혼식에 지각할 것같아 마음이 급해집니다. 통도사 인근 주말 농가에서 나무를 심고 있다는 의대 짝꿍 신문식 선생에게는 전화로 인사만 하고 그냥 내달립니다.
겨우 시간에 맞춰 식장에 도착하니 와아~ 보고싶던 산의 선후배들이 모두 모두 모여있습니다. 악수하고 악수하고 포옹하고 포옹하고.....그냥 보기만 해도 바가 부르고 마음이 한없이 하늘로 떠오릅니다. 한 잔 하고 가라는 것을 겨우 뿌리치고 다시 진주로 향했습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장인어른 산소에 들렀다가 처가집에 가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장모님을 모시고 다시 서울로 출발합니다.
온 세상이 봄 기운에 들떠있는 듯합니다. 세상이 이제 춥던 말던 봄은 제 길을 가고 있습니다. 나무에는 철쭉, 진달래, 목련, 복숭아...땅에는 제비꽃 등등 이름모를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우리의 자태를 드러내야 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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