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후반에 힘들 때 '걸을까? 말까?' 혹은 '포기할까, 그냥 천천히라도 가볼까'하는 생각이 한번 일어나면 정말 달리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선택의 갈등이 더 에너지를 소진시키게 된다.
장거리를 달리는 동안의 마음가짐은 모든 자극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를 확고하게 지속하면서 적극적이면서도 수동적이어야 한다. 완주 외에는 분명한 것을 보려고 애쓸 필요가 없으며, 중간에 일어나는 조바심과 의심, 현 상황을 통제하려는 마음 등 모든 장애를 마음에서 치워버려야 한다. 이것이 달리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숨은 그림찾기처럼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어떤 형상을 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림은 잘 나타나지 않지만, 보려고 애쓰는 일을 멈추는 순간 갑자기 구름 속에 웃은 얼굴이 나타나고, 숲에서 아름다운 갈기를 가진 숫사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우리가 애를 쓴다는 것은 결국 지각을 강화시켜 시야를 협소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 큰 제약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은 눈에 보이는 형상이나 소리, 풍경, 기분 등 모든 것의 위치와 차원은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거나 들리거나 느껴지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지한다.
그러나 출발점에서는 보이지 않는 결승점이 결국에는 존재하듯이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며, 이런 정서적, 정신적, 개념적인 모든 현상을 인지하는 개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내가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마치 세상 모든 것에 두루 비치는 빛처럼 나에게는 상반된 것이 없지만, 우리의 의식이 서로 그렇게 상반되는 존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그런 자신의 마음의 현상을 관찰하고 확인하여 형상적인 마음 뿐만 아니라 비형상적인 마음도 비울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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