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민(요즘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경제발전의 기틀이 만들어질 때였다. 실천적인 청소년 사회자활그룹으로 4H그룹이 만들어졌는데, 이는 머리(HEAD), 마음(HEART), 손(HANDS), 건강(HEALTH)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에 각각 지(智)혜, 덕(德)목, 노(勞)동, 체(體)력의 의미를 부여한 상징어이다. 나는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주로 우리는 농산물의 수확을 많이 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새로운 농지를 개간하거나 토양의 성분을 검사하거나...하는 것들이었다.
봄에 담벼락 아래 구덩이를 파서 호박을 심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나의 일년 농사일의 시작이었다. 조금더 크면 언젠가는 동네 뒤 노지를 개간하여 수박을 심어야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농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열심히 즐기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상황논리에 너무나 쉽게 굴복하게 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시골에서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아마도 살기 어려웠던 그 시절에 여러가지 집안여건을 생각해서 '나는 이렇게 해야해!'라는 당위의 관점에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을 것이다. 빨리 돈을 벌어 집에서 독립해야 하거나, 나 아니면 가족을 먹여살릴 사람이 없다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아니라 상황논리에 의해 강요된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런 의무에 따른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삶에서 주어지는 상황에 그저 순응하게 된다. 미래를 내다보며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구상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으며, 그저 무의식적으로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내면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상황과 여건에 따른 결과에 불만이 가득한 채로...다른 사람의 요구와 기대, 혹은 욕구의 지배를 받는 피해자가 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면에서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경향이 많아진 듯하다. 그러니 어렵더라도 자신의 삶을 더 열정적으로 활력있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기가 좋다.
현실에 체념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이든 성취가능하고, 하거나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삶을 보는 것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진정한 삶의 비극은 죽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으면서도 내면으로부터 죽어가는 것이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상황논리에서 벗아나는 길은 자신의 목표를 확고히 하고, 현실의 안주에서 벗어나 알 수 없는 모험에 도전하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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