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은 어머님 제사날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 읽는 것에 굉장히 열심이었다. 만화책이나 동화책이나 역사책이나 무엇이든지 눈에 띄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읽었다. 나와 다른 세상에서 나와 달리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삶이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만큼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도 없었다.
소를 먹이기 위해 소를 몰고 나가거나 풀을 베러 가거나, 동생들 업고 재울 때나 언제나...그러나 읽을꺼리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도서관은 나에게는 굉장한 보물창고였다. 중학교 때까지 교과서와 참고서 빼고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은 사람은 아마도 우리 시골에서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님은 힘들게 농사를 짓고 매일을 농사일만 걱정하셨지만, 내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는 마음과 돈을 아끼지 않으셨다.
어떠한 경우에도 변화하지 않을 불교적인 신앙체계, 인간관계에서의 성실과 관용, 품앗시라는 배려와 신뢰, 가족에 대한 나의 헌신같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개인적인 삶의 신념과 가치가 바로 어머님의 삶에서 내가 배운 것들이다.
나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지만, 항상 매일을 새롭게 진지하게 시작하시던 어머님의 삶에 자세는 아직도 나에게 잔잔한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아무리 멀리 갔더라도 잘못 든 길임을 알았으면 즉시 되돌아 와야 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