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사람 모두를 난감하게 만들기 쉽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그냥 뛰는 것이 좋다고 말할 경우가 많고 그런 무덤덤한 대답을 자주 듣다보면 질문하는 사람도 같은 질문을 꺼리게 된다. 다행히 이동윤 원장(서울 서초·이동윤외과의원)은 이런 뻔한 질문에 참신한 대답을 해줬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을 가득 채운 컵안에 발포제를 넣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완주를 하고 난 직후는 물안에 발포제를 막 넣은 것처럼 다소 무덤덤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가면갈수록 발포제가 거품을 만들어 내듯 즐거움이 두고두고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던 이 원장은 테니스에 골프·등산 등을 섭렵했지만 그 어떤 것도 '뛰는 것'이 주는 즐거움을 능가하지 못했다. "마라톤은 외형적으로는 달린다는 동적인 의미를 주는 동시에 내면으로는 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뛰면서 나의 본질에 더욱 다가가는 느낌. 그 느낌 때문에 10년째 마라톤을 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이 처음으로 42.195km를 완주한 대회는 1997년 열린 춘천마라톤대회. 당시는 1995년부터 불기 시작한 일반인들의 마라톤 참가붐이 한창 최고조를 향해 가던 시기였다. 완주하는데 꽤 애를 먹었지만 3시간40분이 걸려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단다. 그렇게 시작한 마라톤 완주경험이 110여번에 이르고 이틀에 한 번씩은 15km씩 반드시 뛴다.
마라톤을 사랑하게 된 이 원장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은 2000년 '달리는 의사들'을 만들어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시민마라톤 대회를 주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달리는 의사들'의 성격에 맞는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이 원장은 당시에는 낯설었던 기부 성격의 마라톤 대회를 처음으로 주최했다. 이 대회 이후 우리나라의 많은 마라톤대회가 기부금을 적립하는 공익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
매해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이해 열리는 대회는 참가자가 늘어나며 인기다. 그는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 대회가 계속 성장해 모든 마라토너들이라면 한번쯤 뛰고 싶은 메이저대회로 성장시키고 싶어한다. "매해 한 1만명 정도가 참가하는 대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부금도 많이 들어올 수 있고 그만큼 소아암 환우들에게도 도움되서 좋을 것입니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이 원장은 건강과 즐거움을 얻는 동시에 1차 의료의로서의 위치(?)도 확고히 했다. 모든 마라토너들이 그렇듯 이 원장은 환자를 포함해 주변사람들에게 마라톤을 권유하게 됐고 결국에는 '잠원동마라톤모임'까지 이끄는 달리는 의사선생님이 됐다. 이 원장은 진료실에서 환자들은 물론 의원이 위치한 상가 상인들과도 마라톤으로 돈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뿐 아니라 생활전반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주치의제도의 이상적인 모습이 그를 보며 떠오르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원장은 "매번 완주할 때마다 무척 힘이 들지만 달리다가 지치면 걷기도 하고 걷다가 힘이 나면 뛰기도 하며 인생을 즐기듯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할 때 진부하다고도 느꼈는데 뛰면 뛸수록 마라톤과 살아간다는 것과의 유사성에 공감을 하게 된다"며 마라톤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