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 모임에서만 만나다가
오프라아에서만 만나다가
오랫만에 온라인 자유게시판에 들어와 봅니다.
일상이 되다시피한 달리기 인생을 살아가시고 있는 분들과는
보조를 맞추기 힘들어서 발길이 뜸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속한 분야에서는 저 같은 사람이 특이한 색다른 존재로 기억되고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회지에 기고하여 달라고 해서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기고한 글입니다.
이동윤 회장님을 비롯한 고수들의 감각과는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달리는 인생에서 흔히 Runner's High를 이야기합니다만, 저는 마라톤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목적, 동기)는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글제목의 山重水復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기고한 글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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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重水復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
10여년전 어느 날
갑자기 안면신경 경련이 와서
수도권 지역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 다니며
뜸도 뜨고, 침도 맞아보고, 한약재도 먹어보고 하였으나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중 가까운 친지의 하체운동, 유산소운동 권유로
달리기를 하게 되면서
몰라보게 건강이 좋아지게 되고,
안면신경경련 증세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어쩌다가 골프를 2년 정도 쳐본 것이 전부일 정도로
운동을 기피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달려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달리는 시간과 거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제는 달리기가 생활의 日常이 되어 버렸다.
2000. 3. 5. 제3회 서울마라톤대회에 출전하였다.
마라톤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초보자였기에 처음부터 겁 없이 무작정 ‘한강 여의도에서 천호대교까지 왕복하는 마라톤 Full Cource’ 도전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천신만고 끝에 가까스로 Full Cource를 완주하게 되었다.
당시 5시간 25분 동안의 그 고통과 Finish Line를 넘어설 때의 그 희열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22회, 63㎞, 100㎞ 울트라마라톤을 각 1회 완주하였다.
덕분에 안면신경경련 증세는 없어졌지만, 이제는 마라톤 증독증세를 안고 달리면서 살아간다.
江湖의 마라톤 高手들과 교우하게 되는 자리에서
마라톤 경력에 비하여 과도한 대접을 많이 받곤 한다.
모두가 마라톤으로 병을 치료하였다는 점과
法曹人 마라토너의 희소가치 덕분이다.
몇 년전 국내 해운업계 원로들 모임에 참석하였던 어떤 분에게 전해 들었던 이야기이다.
나를 잘 아는 어떤 분이 그 모임에 참석하였다가 해운분야 전문변호사인 現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김현 변호사와 환담을 나누게 되었다.
그분이 김현 변호사에게 나의 이름을 대면서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던 모양이다.
김변호사의 대답이 걸작이다 “예 잘 알지요. 마라톤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는 말 그대로 名辯論으로 이름을 드날려야 하는데,
知天命과 耳順의 가운데를 살아가는 年輪의 변호사로서
名辯論과는 거리가 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고,
그저 런닝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무식하게 달리기만 하다보니,
세간에는 ‘마라톤 변호사’ ‘마라톤 전도사’라는 별칭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별로 잘 달리지도 못하면서
‘마라톤 변호사’로 알려져 있는 나에게는
마라톤을 달릴 때나, Finish Line을 넘는 순간
항상 생각나는 그 무엇이 있다.
山重水復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
(산중수부의무로 유암화명우일촌)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첩첩한 산, 건너기도 어려운 거듭되는 계곡, 그 깊은 산 계곡 속에서 나아갈 길도 찾지 못하고, 그렇다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
이윽고, 눈앞에 펼쳐지는 산촌, 버들가지 우거지고, 화사한 꽃이 피어있는 아늑한 山村에 이르렀다네.”
중국 宋나라 시인 육유(號 放翁)의 遊山西村 중 한 句節로서 絶唱으로 평가되어 人口에 膾炙되는 名句이다.
山西村이라는 두뫼산골 農村의 순박한 풍경과 山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육방옹의 마음을 읊은 내용이지만,
그 중 이 句節 만큼은 단순히 山村의 풍경만을 읊은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길이 없을 줄 알았는데,
또 다시 餘地와 새로운 길을 발견하였다는 철학적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이해되고 있다.
이에 수 많은 後人들이 새로운 희망, 새로운 가능성, 무궁한 미래와 희망을 표현하고자 할 때 다투어 인용하는 名句이다.
삶의 역정에서
험난한 세파를 헤쳐 가면서
인생살이 고비 고비를 시련과 좌절 속에 힘들게 넘어갈 때에도 山重水復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에서
역경과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 바로 마라톤이다.
기나 긴 마라톤을 달리다 보면,
달리는 도중이나 Finish Line을 넘어서면서 느끼는 심정은
흔히 말하는 Runner's High가 아니라,
바로 육방옹 선생의 이 한 句節로 표현될 수 있다.
‘山重水復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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