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태안을 다녀왔습니다.
집에 있는 잘 사용하지 않던 면제품을 일일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한 보따리를 만들었습니다. 집사람과 아이들과 함께 아침 7시 10분 강남 센트랄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로 2시간 만에 태안에 도착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장 도움이 될만한 지역을 알아봐달랬더니 무전으로 문의할 결과 태안읍 파도리로 가라고...20분을 달려 현지에 도착...
자원봉사신고를 하는데, 서울에서 일찍 한 가족이 왔다고 깨끗한 방제복을 한 벌씩 줍니다. 대부분이 재활용을 하고 있더군요. 저도 재활용품을 쓰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먼저 새것이라 내심 좋아라 하는 듯합니다. ^!^
바위 틈새에 묻어있는 기름때를 벗거내는데, 손가락이 아픕니다.
위험경고를 받고도 무시한 바지선과 유조선 근무자들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경고를 받고 그에 따른 대피를 하지않는 이유가 아마도 그런 대피 행동을 따르는 것에 대한 윤리적 거부감이 있었던 것을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서도 조언해 주는 사람에게는 막상 화를 내는 것과 같은 행동반응이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볼 수 없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무력감을 인정해야 하는데, 다양한 합리화를 통해 그런 것을 오히려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제 어떤 꼬마가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아빠, 누가 이렇게 기름을 흘렸어요?"
아버지의 대답, "삼성, 삼성이 그랬다!"
아이의 답이 걸작입니다.
"아, 그러면 삼성에버랜드 공짜로 이용하게 해주면 좋겠다."
정말 삼성에버랜드라도 공짜로 개방하여 아픔을 준 지역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사죄의 순서을 가져야 할 듯합니다.
고기가 한 마리도 없는 텅빈 수족관과 조금만 파도 기름끼가 번들거리는 바닷가 조약돌들을 보며 참으로 답답하고 화나는 마음을 피할 수가 없더군요.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