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오는 유치원 수준의 어린이들에게 '무슨 생각해?"라고 물으면 자신의 생각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어른들은 즉석에서 뭔가 지어내어 적절한 대답을 하게 된다.
우리 자신도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엿보거나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이 오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프로이트가 말한 자신의 마음 저 깊은 곳에 감춰진 무의식의 세계를 찾아내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변에 남긴 발자국이 다음에 밀려온 파도에 휩끌려 사라진 후 내가 걷기 전의 깨끗하게 변한 해변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도 항상 일정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변화하는 사고나 감정에 의해 앞에 있던 것은 그냥 씻겨져 없어지고 새로운 감정이 우리 마음을 잡는다.
일기를 쓰는 가장 좋은 장점이 바로 이런 나 자신의 사고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해의 묵은 감정은 새로운 감정으로 대체하면서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올해보다 더 성숙된 감정처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나 자신의 송구영신의 태도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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