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편집위원 = '부동산공화국'이라는 독특한 별칭까지 듣는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돈을 버는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까. 많은 돈을 벌어 당대에 편히 살아보겠다는 게 목적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여기에 자식에게 좀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돈이 많으면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어가면서 편안히 지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식에게도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좋은 교육은 좋은 대학 입학에 유리하며 좋은 직장과 좋은 조건의 결혼, 사회 상류층의 편입 등 다양한 혜택을 약속한다.
그래서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애쓴다. 여유 돈이 있다면 곧바로 부동산에 투자에 자신이 살 집 이외에 몇 채의 집을 더 사들여 부를 축적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다반사로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재산을 증식해 보겠다는 욕망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과 자식을 위해 재산을 모으기보다는 남의 처지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는 요즘 '버핏 효과'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한다. '투자의 귀재''뉴욕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가' 등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수십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기부를 한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역시 재산 대부분을 빈곤 퇴치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에 기부했다. 이들의 기부를 보고 너도나도 기부행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버핏 효과에 이어 '기부 도미노'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단다.
그런데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바로 기부행렬에 참여한 이들의 태도다. 미국의 큰 부자들은 자식이 거액의 유산으로 편하게 살도록 하는 것보다 직접 큰 재산을 만들어 가면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낸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생전에 보고 싶어한다는 말이다. 기부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는 우리에게 일상화된 '유산 남겨주기'나 '사후 기부'가 아닌 '생전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남긴 재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자식이 거액의 재산을 물려준 부모에게 감사하면서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기부가 꼭 필요한 단체 등이 기부금을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고 있는지는 죽음 이후에는 알 길이 없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당연한 이치를 미국의 부자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버핏 효과도 극대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올해부터는 부동산공화국이라는 듣기 좋지 않은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처럼 '아무개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를 바란다. 회사 돈으로 자신의 기호품을 사들이는 '몰지각'도, 해마다 연말이면 자신의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마련한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기부를 하면서도 버젓이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일부 부유층의 '뻔뻔스러움'도 더 이상 설 땅이 없었으면 한다.
진정한 선진국민의 잣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 단 한 가지뿐이 아닐 것이다. 스스로 마음 문을 열고 자신에게 넘치는 물질을 남에게 나눠주면서 상생(相生)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뒷받침돼야 진정한 선진국민이 되는 것이다. 버핏 효과가 우리 사회에서도 생겨나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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