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좋은 점은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조금 더 느긋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뭐 조금 더 별일 아닌 것처럼, 다 이겨낸 것처럼 그렇게 견뎌낼 수 있고,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다 대비를 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모임이나 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는 별로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냥 부딪쳐나가는 것이다. 누구든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냥 그때그때 닥치는 현실 세상에 맞게 대처해가면 되더라는 경험에서 배운 일종의 처세법이랄까.
그러면서도 생각의 일부는 늘 현실에서 벗어나 붕 떠서 다른 사람의 일인 야 내려다볼 때도 있다. 이런저런 변명만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멍청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진짜로 걱정해야 할 일에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식이다.
그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태도가 결국 큰 걱정꺼리들을 만들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런 상황이 초래된 상황을 무덤덤하게 접근하고 있으니 주위 사람들은 정말로 자신들에게 예의가 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나 자신의 인생은 물론 주위 가족이나 지인들의 인생까지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나의 반응은 대범하게 대처하는 것 같지만 대응 기제가 교묘하게 틀렸을 때도 있다.
실제로는 현재의 상황을 부정하면서 겉으로만 현실을 인식하고, 그러 인한 실제적 손상에 대처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매사가 처음에는 문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하지만, 관련 자료를 읽을수록 거기 심취해 나 자신을 망각한다.
지금 내가 처한 현실에서 교묘하게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현실은 지극히 간단하다. 내가 의사가 아니라 환자가 된 것이다. 문제 상황이 아무리 흥미와 탐구심을 자극하더라도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닥친 재앙적 상황이라는 점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온갖 성립되지도 않는 이론들을 뒤질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 이 현실적 순간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그런 다음에 어떻게 대처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봐야 하는 한다.
일상의 삶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평온하게 흘러간다. 삶의 안팍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쑥쑥 자라는 나뭇잎들이 주위 풀들을 정리하기도 하며, 더러워진 바지와 셔츠를 세탁하고 정리한다. 뭔가 집중할 거리가 생기면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온다.
그런 달리기나 걷기는 심심풀이로 시작할 때도 있지만, 끝날 때마다 많은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때로는 코스를 바꾸거나 장거리 달리기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나 이야기들을 나눈다.
우리의 일들은 항상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을 의논하고, 훨씬 더 심각한 상황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의심도 떨쳐낼 수 없다.
훨씬 더 나쁜 사고나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상반된 의심 사이에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에 대한 보상 또는 과잉 반응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삶은 항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현재의 나와 순간에 대처하는 나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분이 주제다. 어떤 생각이나 행동이 이루어질 때, 그런 뉘앙스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통제하는 것이 삶의 장애를 없애는 방법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