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23.03.08 + 작 성 자 : 이동윤
+ 제     목 : 자신의 죽음은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 파일첨부 :

의사라고 해서 삶과 죽음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젊었을 적 외과 전공의 시절에는 매일 다친 환자들의 응급수술을 하루 한 건 이상 해서 피를 보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삶과 죽음의 순간들을 가까이서 많이 경험할 때도 있었다.

의사의 입장에 따라 의료도 다르고, 또 의사의 나이에 따라서도 다르다. 젊을 때의 의사의 의료는 의사 자신이 중심이기 쉽다. 중년이 되면 가족도 있고 아이들도 컸고,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장년이 되면 부모님도 늙고 자신의 체력도 떨어져 노인들의 기분이나 입장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환자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그래서 의사가 보는 죽음은 의사의 입장이나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환자의 입장에서는 죽음이 1인칭, 즉 나의 일이며, 가족에게도 너나 당신들의 일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막상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저 세상에 잠깐 갔다가 돌아온 사람도 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못한다.

그러니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저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에 따르는 식이다. 환자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의사로서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고 하더라고 생각하는 동안은 제대로 살아 있어야 한다. 죽을 때라야 죽음의 문제도 끝나게 된다는 말이다. 사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일은 생각하지 않듯이.

우리가 아침에 집을 나서 일터로 갔다가 저녁에 일이 끝나면 집으로 오듯이, 우리의 사후에도 태어나기 전에 있던 장소로 되돌아 가는 것일 수도 있다. 불교적 윤회가 그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시 태어나니까. 멋진 발견이 아닌가?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하면 죽은 뒤의 일에 대해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생각해봤자 거기엔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죽은 후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살아가듯이 그냥 죽는 것이다.

그래서 죽음이 걱정될 때는 염불에 집중하면 된다. 다른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지금 현재는 염불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현실이다. 죽은 뒤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아야 현재의 삶에 충실할 수 있다.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할수록 번뇌만 생겨나지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죽은 후의일은 몰라도 현재의 일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어려운 곤경에 빠졌을 때 기도는 우리 자신의 기분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전 아폴로호에 탄 우주인 세 사람은 우주에서 지구를 본 순간 모두 종교를 가졌다고 하나. 인간은 자신의 지식을 뛰어넘는 광경을 보면 묘한 방식으로 순화되는 듯 보인다. 미지의 영역에서부터 조금씩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가다 보면 위기가 뚫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다음글 : 운동하기 싫을 때에도 견제와 균형으로 즐겁게 시작할 수 있다
이전글 :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도 나를 의식하고, 얻고, 보존하고, 수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