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 1학년 초에 한복 바지저고리를 입고 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 학생들 중에는 내가 스님인 줄 알았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옷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나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헤지고 째진 옷이라도 깨끗히 세탁하고 기워서 입으면 새옷이나 다름없이 봐주었지만, 아이들은 그런 옷을 입기를 못마땅해하기 일쑤였다.
요즘은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그런 의식이 더한 것같다. 마치 다리가 부러지면 치료받을 수 있지만, 옷에 구명이라도 생기면 치료방법이 없다는 생각이다. 구두에 흙이 묻을새라 조심 조심 걷고 수시로 닦고...
세상살이에서 정말 존경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보다 세상사람들이 존경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사는 것이다. 옷이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옷이나 자리에 인사를 할 뿐 그 옷을 입거나 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고 인사하지도 않는다.
나는 아직도 옷이나 먹는 것에 대해 무심한 편이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먹고, 또 있으면 입고 없으면 안입고, 그냥 편한대로 먹고 입고 산다. 우리 아들이 자기 아내는 적어도 자기 옷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는 말처럼 요즘 아이들은 사람에 대해 아는 것보다 옷에 대해 아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지금 광화문에 대치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할까? 아무리 넝마를 걸치고 있더라도 마음이 곧고 정신이 올바르다면 우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텐데...
몸에 걸친 옷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요 정신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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