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그 동안 못만났던 사람들을 모처럼 만나서
소주 보쌈, 파전에 생맥주로 2차까지 달렸다.
2차에는 호출전화가 올 줄 미리 알고
일찌감치 초저녁에 귀가하여 잠들어 계시는 척하던
동윤이 형님도
처갓집으로 불러내었다.
그 동안 소식이 없던
모닝스타 정병선 대기자
오는 8월 26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증권 선물 분야 학위논문을 완성하고
박사학위를 수여받게 된다고 한다.
마음으로 축하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였다.
두 아들을 군에 입대시킨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일전에 모 싸이트에
'촛불의 광기속에서 외로운 섬처럼 떠있는 아들에게;
라는 글로 올렸다고 한다.
그로 인하여 조선일보 논설위원 위장잠입이라는
명예스런 논설위원 임명장(?)까지 받게 되었다는
소식에 다 같이 논설위원 취임 축하 건배도 하였다.
글 내용이 마음에 들어 여기 옮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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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경 아들을 둔 부모님 이야기
촛불의 물결속에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아들에게
/ 모닝스타
애비가 대통령 선거에 나갈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병역의무를 다하고자
육군 논산훈련소로 입대하였다가
랜덤(Random)이라는 비정한 확률의 장난으로
전투경찰에 차출 된 내 큰 아들은 천군(天軍)이다.
작은 아들도 형의 뒤를 이어 군에 자원입대했으니 이 역시 천군이다.
두 아들이 나라를 지키러 떠나간 집은 늘 적막하다.
9살 난 늙은 강아지 한 마리가 빈집을 지킬 때가 많다.
그래서 국가안보는 튼실한데 가정안보는
일모서산(日暮西山)에 고립된 성(城)처럼 취약하다.
큰 아들은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덥고 육중한 진압복을 입고
무거운 방패에 한낱 외로운 몸을 의지한 채
오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기대마에 몸을 싣고 출동을 한다.
광화문 네거리 미국 대사관 앞에
면벽(面壁)하는 수도승이 입선(立禪)하듯 서 있기도 하고
한미 FTA 반대 시위대를 에워싸고
질서! 질서!를 웨치며 이른바 인내진압(忍耐鎭壓)이라는 것도 한다.
광우병사태로 날이 갈수록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는 요즈음
아들은 시위군중의 격랑 속에 고립된 외로운 섬이다.
어디선가 수상하고 불온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
활활 타오르는 촛불의 거센 파도에 속수무책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외로운 섬이다.
그러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것이 세상의 이치라
시위대에 늘 밀린다.
시위대의 인내는 털끝처럼 가벼운데
내 아들의 강요당한 인내는 태산처럼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내는 늘 상대적이다.
그래서 시위가 있다는 뉴스를 들으면
내 가슴은 철렁하고 마음은 아득하다.
밥맛도 없어 끼니를 거른다.
불안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들의 안위에 걱정이 앞서니
기도 또한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때로 시위 현장에 나가 보지만
일부 이성을 잃은 집단의 광기와 군중심리가 뿜어내는 살벌한 분위기에
무력감만 확인한다.
분노와 낭패감에 몸을 떨고 열패감에 눈물을 흘릴 뿐이다.
전 의경들을 가장 필요로 하고 가장 만이 의지하는 곳이 바로 정치판이다.
아들은 때로 여, 야당을 막론하고 출동하여 당사를 지킨다.
정치란 별 것이 아니고
백성들을 편안히 살게 하고 백성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인데
이 간단한 이치를 모르는 정치권은 늘 싸움만 하여
아들을 불안하고 피곤하게 한다.
벼슬이 높을수록 잘못한 것이 많고
그래서 그만큼 위험한 세상이라
청와대 가는 길이나 삼청동 총리공관 가는 길에
하릴없이 늘어서 뿌연 밤하늘 희미한 별들을 억지로 찾아 세기도 한다.
그러다가 상황이 터지면 시위대와 대치하여 불안 속에 불면의 밤을 보낸다.
수해, 설해, 냉해 복구 현장에도 나가고
외로운 섬을 지키러 높은 파도에 가슴 울렁이며 배를 타고 멀리 나가기도 한다.
매연을 마시며 교통정리를 하고
금요일 저녁이면 술 마시고 운전하는 간 큰 놈들을 잡으러
피곤한 다리로 길목을 속절없이 지키기도 한다.
이처럼 이 어지러운 세상 곳곳 가지 않는 곳이 없으니
내 아들은 필시 세상을 구하러 하늘이 내려 보낸 천군(天軍)임에 틀림이 없다.
제우스는 사랑하는 딸 아테네에게
천하무적의 방패 이지스(*)를 만들어 주었다는 데
무력한 나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해 줄 것이 없다.
그 옛날 군대 간 나를 위해
뒤란 장독대 장독위에 정한수 떠 놓고
삼신 할매 찾으며 하염없이 손을 부비시던 어머니를 흉내 내어
매일 새벽 향을 피우고 108배를 하며 무사안전을 빌며 기도하는 것 밖에 없다.
나도 아테네에게 부탁을 하여
그 옛날 페르세우스처럼 이지스 방패를 빌려달라고 해 볼까.
아들아!
인내만으로 중무장하고 바라보는 세상이 어떠하더냐 !
애비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너의 육체적 안위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착하고 고운 너의 심성이 다칠까봐,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잃을까봐 애비는 오늘도 노심초사한단다.
그리하여 사나운 시절과 악한 때를 만나 곤경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부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희망만은 잃지 말거라.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며 너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란다.
흥분하여 너와 대치하고 있는 저 사람들은 결코 적개심과 증오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하거라.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생업을 마다하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저 수많은 사람들은 더불어 보듬고 살아가야 할 우리의 공동체가 아니더냐!
견디거라!
제발 견디거라!
견디는 것이 이기는 것이니...
그리고 “가장 위대한 기도는 인내”
라는 말밖에 보태지 못하는
무력한 애비를 용서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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