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지적 통제가 기억 못지 않게 중요하다.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은 평소의 훈련 정도나 건강과 체력 상태, 또는 나이나 현재의 체력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나는 웬만큼 완만한 길이라면 일정한 속도로 걷거나 달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다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의 모든 운동은 뇌의 앞부분, 그러니까 다중업무를 조종하는 영역, 그 중에서도 주의력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다.
우측 배외측 전전두엽 파질이 이런 활동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달리고 있을 때 뉴런이 부지런히 일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산소가 많은 혈액과 그렇지 않은 혈액에 뉴런이 만날 때 다르게 반응할 것이다.
신체적 홛동의 지속적인 유지에 필요한 정신적 노력에 내가 걷거나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데도 나타나며, 목표지점까지 갔다 오기 위해서는 무리하지 않고 나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 유지에 생각과 행동을 집중한다.
그러려면 다른 생각이나 지각은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제쳐두어야 한다. 내일까지 끝내야 할 회사 업무라든지, 바지가 낀다든지, 어제의 피로가 느껴진다거나 종아리가 당긴다는 느낌은 무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운동할 때 경험하는 정신적 노력이다.
그렇게 달리는 것 외의 모든 것은 무시한 채 앞만 주시하며 달리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주변 세상이 눈에 들어오고, 초록의 강변 풍경에 감탄하게 되고,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주로 주변의 나뭇잎 향기를 맡기 시작한다.
언제 이런 육체적 수고로움이 끝날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달리기나 걷기는 나의 인지적 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의 일을 줄여주어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다중 업무를 담당하는 뇌영역을 휴식 상태로 이끌게 된다.
운동은 나의 머리를 다시 비우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가끔은 오랫동안 골머리를 싸맸던 일에 대한 해결책이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은 틀리지 않는다.
우리는 운동 중에 더 창의적으로 되는 이유는 산소 함량이 높은 대뇌 피질에서 다중업무를 위한 연결은 차단되지만, 휴식을 위한 연결이 작동된 것이다. 이런 뉴련의 연결은 해마와 강력하게 연결된 대뇌피질의 여러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휴식연결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뇌가 활동을 멈출 때, 혹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 느끼고 아무 것도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 즉 멍 때릴 때 불이 켜진다.
휴식 모드에서는 모든 영역이 고도로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각각의 영역들 사이에 활발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던 무언가가 불쑥 떠오르거나, 어떤 문제에 대한 더 나은 해결책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휴식 모드에 들어간 해마는 내가 그전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기억들, 즉 감추고 있던 기억의 여러 조각들을 내보낸다. 하루에 두 세 시간을 걷거나 달리는 중에 내 머릿속에는 오직 자세를 바로 잡고 힘차게 지면을 밟아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없다.
앞이나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내려 쪼이는 햇빛은 상큼하면서도 따뜻하게 나를 휘감고, 주위의 풍성한 초목들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들은 멀리서부터 나와 동행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