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덥고 진땀나는 늦여름의 밤과 피부가 타는 듯한 따가운 아침 햇살을들도 한낮이 되며 푸른 녹음 속 나뭇잎들이 만드는 그늘들이 햇빛을 막아주며 맹위를 떨치던 더위를 쫓아내고, 시원함을 되살려 준다.
햇살이 웃어대는 8월의 건조하고 무더운 오후의 부채질 같은 순간적인 시원함일지라도 인간 세상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노랫소리들이 나무들 사이로, 풀들의 잎 위에서 건물들의 높은 경사면을 따라 흘러나와 나의 긴장된 신체를 위로한다.
참나무, 느릎나무, 무궁화 꽃들 아래로 여전히 푸르른 산책길을 따라 달리고 걷다가 고요한 명상에 잠기면, 숲 속 빈터로 뻗은 가지들은 하늘을 덮고, 바람따라 움직이지만, 나의 햇빛 가리개 모자로 충분하다.
종종 떨어지는 힘 잃은 햇살의 강도를 줄여주고, 길을 터준다. 그런 적막강산 속에 내 생각의 흐름을 막거나 방해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참새 가족들이 우루루 몰려다니며 가날픈 곡조로 조심스럽게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저 홀로 만족해 하며 이 가지 저 줄기로 날아다니는 새나 나비는 내려 앉을 때마다 꽃이나 잎, 가지 위에 매달려 있는 얼음의 서늘함을 떨어뜨리면 지면의 딱딱함과 부딪혀 뚜둑 얼음 깨지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끊어지기 쉬운 여름 바람의 가날픈 곡조와 함께 하는 적막감은 고요함 이상으로 나의 마음을 유혹한다. 그런 짦은 인간 세상의 시간들은 길고 먼 명상 속의 여행을 즐기기에도 너무나 충분히 긴 시간이기도 하다.
가슴은 머리에게 진정 유용한 가르침을 줄 것이고, 책 한 권 없이도 나는 조금 더 영민해진다. 아무런 방해 없이 태양이 어느 위치에 있든 나는 숲속 그늘을 즐기고 거닌다. 안개, 불타는 하늘, 한낙의 폭염이나 밤의 열대야도 나를 막지 못한다.
그 누구도 짧지만 긴 나의 즐거움에 끼어들지 않고,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가을이 돌아와 푸른 들판에 노랗고 빨간 수채화를 그리며 한 해 중 놀기 가장 편한 계절에도 혼자 놀기 편한 이곳은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될 것이다.
겁 많은 작은 새들조차 여기를 자주 오가는 손님과 친해져 아무런 두려움 없이 나를 피하지도 않고 무심히 바라보거나 즐겁게 인삿말을 전하기도 한다. 참나무 가지에 앉은 까치나 개천물 속에서 잠수하는 오리들조차 끝없이 사랑 노래를 불러댄다.
세월 때문인지 상처 때문인지 깊게 파인 나무 줄기의 구멍 속에서는 가끔 다람쥐들도 자신의 깃털과 나뭇잎으로 꾸민 둥지 속에서 가을 준비를 하며 놀다가 잠시 따스한 햇빛을 쬐며 휴식하기도하다가 나를 보며 바람처럼 날쌔게 위쪽으로 달아난다.
어느 새 뒷짐지고 눈을 부릅뜨고 방해꾼을 노려보는 사람들처럼 꼬리를 털고 귀를 쫑긋거리며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화난 모습이기도 하지만 장난을 치며 날 잡아봐라며 놀이를 하자는 초대처럼 정감있게 다가온다.
언제나 나에게 친절한 자연은 수많은 환희의 깨달음의 장면마다 축복을 내려준다. 자연의 자연스런 기획을 내가 어찌 감히 꺽을 수 있겠나. 그런 환희의 장면들은 있는 그대로 만끽하며, 그 무엇보다 귀중한 행복감과 기쁨으로 안락함을 받아안을 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아름답고 시원한 주말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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