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23.11.22 + 작 성 자 : 이동윤
+ 제     목 : 밤의 어둠 덩어리 속에도 어둠보다 더 짙은 공기나 산소가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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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을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까지는 살아가야 한다. 아니 살아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있어도 따스한 인기척이 주위까지 따뜻함을 전파하는 것이 생명 유무의 차이가 되기도 한다.

진료실이나 치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에는 봇물이라도 터진 듯 자신의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일이나 병에 관심을 가지거나 묻는 법이 없다. 묻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알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무언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듯하다. 자기 일만 생각하기에도 벅찬 것인지, 아니면 아픈 부위는 문제가 안 되는 것인지, 혹은 조금 지나면 모두가 같은 입장이나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이해와 연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름에는 녹음의 숲 속에 쌓인 작은 성같은 느낌을 풍기지만, 가을을 지나면서 빨강이나 노랑, 눈부신 갈색으로 주위 전체를 덮은 나무들 사이에 우뚝 서있다. 넓은 창문을 통해 눈앞에 한 가득 펼쳐지는 단풍을 바라보기도 한다.

오후가 되면 햇살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위치를 바꾸고, 타오를 듯한 석양의 햇살이 나무 뒤쪽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석양의 햇빛에 대한 미련을 채우기 위해 다시 강가로 나가는 경우가 거의 매일 반복된다.

구름 모양은 너무 빨리 변하고, 달과 금성의 거리는 너무 멀어 한 시야 안에 들어오기 힘들고, 석양에 반짝이는 나뭇임들은 정말 미치게 아름답다. 그런 모습들이 어떤 때는 유명 화가들의 그림과 너무 닮아 있을 때도 있다.

젊은 시절에는 자연 속에 살았지만, 지금처럼 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봄에는 꽃이 필 무렵에만 눈을 빼았겼다가 시들면 금방 꽃나무 자체를 잊어먹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지금 내 눈앞에 들어오고 있는 초겨울 단풍은 어딘가 이상하다.

화가들의 그림 속에서 빛나는 각양각색의 불타는 듯한 석양의 터치는 화가가 창조해낸 것이 아니라 그의 눈에 보였던 광경일 뿐이다.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다 떨어지고 있는 해와 단풍과 마찬가지다.

이 세상의 모든 천국과 지옥도 아마 그럴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분명 이 세상의 석양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기이할 정도로 아름답게 밀려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살다 보면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을 살아있는 그대로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말 그대로 사방의 세상으로 속세의 기운을 뻗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부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부처님의 신통력처럼 보인다.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신에 가까운 세상일 수도 있고,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에게는 이따금씩 자신이 정말로 병원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었는지 알 수 없을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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