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하고, 또 꿈꿀 수도 있으며, 어떤 삶이든 영위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 삶을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삶을 꿈꾸기만 한다면 실제로 현실에서 누려야 할 삶을 놓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지금까지의 삶의 결험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위한 삶의 경험이 필요하다. 질병이나 사고 등 어떤 이유로든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은 회복되어 퇴원하기만 하면 이제부터는 이런 문제를 야기한 삶에 대해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더욱 철두철미하고 능숙하게 자신의 새로운 삶을 영위해 나날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하루가 끝나고, 그 날이 무슨 요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슨 요일인지는 달력을 보기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비행기에 타고 있는 것과 같다. 착륙할 때를 기다리며 공중을 선회하는 길고 긴 퇴원의 때를 기다리며 똑같은 일정 계획에 따라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된 채 살아가는 것이나 비슷하다.
그런데 비행기로 너무 먼 거리를 이동하면 시간 격차로 인한 피로감 뿐만 아니라 장소 변화에 따는 경험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병원은 그 반대로 아주 오래 아주 멀리 여행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이동하지 않은 상태다.
입원 여행은 몸 안에서만 일어나는 경험 현상이다. 병원에서는 비행기 탔을 때처럼 자신이 뒤에 두고 온 것들과 자신에 대해 돌아볼 기회도 만들어진다. 침대 옆에 있는 의자는 제삼자 요일을 상기시킨다.
그 의자로 인해 누군가가 옆에 있다고 느끼게 되고, 든든하면서도 웬지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밤에 침대를 뒤로 젖하고 의자를 바라보면 가족이나 지인 중 누군가가 새롭게 변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병원에서 죽음은 아주 멋지게 다뤄진다. 죽음도 중요한 사건이다. 다들 충격을 받기도 하고, 의료진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기도 하고, 간병인들은 자신이 간병하던 사람의 마지막 떠남의 순간을 들려주기도 한다.
병원에도 세상처럼 어떤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어떤 이들은 그리울 수도 있다. 가족들은 환자의 소지품을 재빠르게 챙기고, 순식간에 짐을 싸고 떠날 준비를 마친다. 남은 사람들은 그런 퇴원 환자들의 모습을 요란하다 생각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병원에서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조용히 앉아 사색에 잠겨 있을 때도 누군가는 옆에서 항상 함께 한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젊은 부모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신의 아기 얼굴을 지켜 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