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17.04.23 + 작 성 자 : 관리자
+ 제     목 : 우리 민속 문화에 끼친 불교의 윤회사상
+ 파일첨부 :

아이들에게 매주 두 번씩 보내는 불교의 반야심경 해설 내용을 준비하려고 윤회와 관련된 내용들을 검색하고 책을 읽다가 우리 인류에게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게 하는 문화에 윤회설이 많이 영향을 미쳤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육도윤회로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 사람(人道), 극락천국을 말한다. 육도 중 어느 세계에 태어나느냐 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인 업에 따라 결정되며, 선업에 따라 선의 세계에, 악업에 따라 악의 세계에 태어난다고 한다.

육체는 현세에서 사라져 없어지는 현세적 부속물이고, 윤회전생하는 주체는 혼이다. 그러기에 숨이 끊어지면 가족들은 재빨리 망인의 저고리를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가서 그 저고리를 흔들며 육체를 떠나가는 혼, 윤회전생의 주체를 불러들여야 한다. 이를 초혼(招魂)이라 한다. 그 주체를 불러들여 보다 좋은 세상으로 전생(轉生)하게끔 공을 들일 시간을 벌기 위하여 이와 같은 초혼 습속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남존사상(男尊思想)을 유지하기 위하여 부녀자를 억압하는 데에도 윤회설이 이용되었는데, 걸핏하면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후려치는 악한 남편이라 할지라도 윤회설은 이를 구제하고 있다. 이런 남편은 전생에 한 마리의 소였고, 아내는 전생에 그 소의 주인이었으며, 전생에 주인이 소를 가혹하게 부렸기 때문에 얻어맞는 아내가 된 것이라고 합리화시켰다.

나쁜 버릇을 고치는 금기교육(禁忌敎育)에도 윤회설은 큰 역할을 하였는데, ‘눈을 너무 흘기면 가자미가 된다.’, ‘손 든 날 장사를 치르면 망령(죽은 영혼)이 여우가 된다.’, ‘처녀 죽은 시체를 네 거리에 묻지 않으면 구렁이가 된다.’, ‘고기뼈를 핥아 먹으면 죽어서 강아지가 된다.’ 이와 같은 금기들은 윤회설에 입각하여 일상의 바람직하지 못한 버릇을 못하게 바로잡는데 이용되어 왔다.

그리고 소외되기 쉽고 불행한 사람을 마을 전체가 감싸고 위하고 도와주는 힘의 근원으로서 윤회설이 작용하기도 하였다. 동해안 어촌에서는 백치(白痴)가 죽으면 내세에 오징어 임금님이 되어서 많은 신하들을 이끌고 고향에 되돌아온다고 하여 오징어잡이로 반년 먹을 것을 마련하는 어민들은 백치를 소중히 여기고 보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징어떼를 몰고 귀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꾸를 놀리거나 소외시키면 그 한이 맺혀서 내세에 늑대나 멧돼지가 되어 놀려먹은 사람의 후손을 해치거나 그 집 전답을 해친다고 한 것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기 쉽고 버림받게 마련인 장애자를 인간애로써 감싸게 한 것이 바로 불교에서 비롯되어 서민층에까지 체질화된 윤회설인 것이다.

불교의 윤회설은 고전소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심청전>이다.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하여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심청은 용궁에 윤회전생을 한다. 용궁에서 호사스럽게 3년을 보내다가 옥황상제의 명령으로 인간계로 다시 윤회전생한다. 한 송이 연꽃으로 인당수에 떠오르자 뱃사람들이 연꽃을 건져 송나라 황제에게 바쳤고 황제는 왕비로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장화홍련전'에서도 계모의 간계로 장화와 홍련이 원한을 품고 죽게 되는데, 옥황상제가 그 원한을 통촉하여 다시 인간세상에 태어나게 해주고 있다. 장화와 홍련의 아버지가 꿈에서 그 윤회의 계시를 받고 부인에게 두 딸이 다시 태어날 조짐이라 하였으며, 그 뒤 딸 쌍둥이를 낳게 되었다.

'왕랑반혼전 王郎返魂傳'도 윤회설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소설이다. 지옥도에 빠지게 될 남편을 구하기 위하여 10년 전에 죽은 그의 아내 송씨가 꿈 속에 나타난다. 그리하여 아미타불을 염불함으로써 염라대왕의 용서를 받고 아내와 더불어 인간세상에 다시 환생하게 되지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왕랑은 현세에 돌아와 의지할 육체가 있지만, 10년 전에 죽은 송씨는 의지할 육체가 없어 때마침 죽어가고 있던 월씨국(月氏國)의 한 공주의 육체에 의지하여 환생을 한다. 이렇게 윤회전생한 두 부부가 열심히 불교를 믿어 극락세계로 왕생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윤회설은 설화 속에 가장 왕성하게 살아 있다. 한 가난한 과부가 오누이를 남기고 죽었는데, 염라대왕은 그 과부가 현세에서 가난하게 살아 명승고적도 구경하지 못한 채 저승으로 온 것을 불쌍히 여겨 개로 환생시켜서 오누이가 사는 집으로 돌려보낸다. 살기 어려운 아들은 이 개를 잡아먹으려 든다. 이때에 한 승려가 찾아와서 그 개는 어머니가 환생한 것이라고 가르쳐준다. 아들은 크게 뉘우치고 그 개를 업고 명승지 유람에 나선다. 돌아오는 도중에 개는 이제 소원을 풀었다고 하면서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가 죽는다.

왜구에 시달린 신라 문무왕은 죽어서 용이 되어 호국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수중릉(水中陵)을 만들게 하였으며, 김유신은 죽어서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신이 되어 신라를 돌보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윤회사상이 호국사상에까지 결부될 수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불교의 대표적인 의식도 이 윤회설을 그 바탕으로 삼고 있는데, 수륙재(水陸齋)는 한 맺힌 고혼들을 좋은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의식이며, 예수재(豫修齋)는 내세에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을 살아 있을 때 미리 기원하는 의식이다. 특히, 사십구재(四十九齋)는 윤회사상에 의하여 생겨난 가장 대표적인 의식이다. 돌아가신 부모가 지옥이나 아귀도나 축생도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추선(追善)의 불사(佛事)인 사십구재를 상례 속에 도입되게 한 것이다.

윤회설은 현세에 사는 사람들에게 악을 배제시키고 선을 취하게 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역사가 법이나 규범의 제약 없이도 평화롭게 살아온 데는 이 윤회사상의 영향이 적지 않았으며, 현재에도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는 윤회사상이 크게 지배하고 있다. (참조: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다음글 : [5귀절 반야심경2-15]왜 마음은 시시때때로 흔들리는가: 색(色)과 공(空)은 하나다
이전글 : [5귀절 반야심경2-14]왜 마음은 시시때때로 흔들리는가: 나를 바꾸면 현실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