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4-11]내 인생은 달라질 수 있을까?: 어떤 명분이든 그저 환상일 뿐...
일단 한번 어떤 명분 속에 갇히게 되면, 직장에서의 직위가 내 삶 전체를 옭아매듯이 직위 이전에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남편이나 아버지가 되어 살아가다 보면 나 자신을 남편이나 아버지로만 생각한다. 남편이나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남자이고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한 인간이 되기만 하면 성불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면 나는 지금 인간이 아니란 말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신분이 아니라 사람의 말을 하고 사람의 일을 해야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형셩색색의 명분을 꿰뚫고 늘 한결같은 나만의 자성을 발견해야 한다.
태어나면서 얻게 된 이름도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동명이인도 수없이 많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회 생활이 오래 될수록 이런저런 이름이 생기고 그 이름이 나의 성공과 실패를 나타낸다. 학생, 직장인, 지배인, 사장 또는 성씨 뒤에 붙이는 직함에 따른 호칭도 있다.
오늘은 검사나 판사지만 내일은 죄수가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이름만 아무리 오래 가졌더라도 그 명칭은 그저 내 인생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인생 전체는 한 두 가지 이름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풍부하고 다채로워 살면서 얻은 모든 이름을 다 합해도 오묘함을 표기하기는 불가능하다.
내가 아무리 변하고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나는 그저 나일 뿐이다. 신분 자체는 대단한 것이 아니며, 그저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정말 두려운 것은 내가 가 신분과 이름에 묶여 자유로운 인생을 고리타분한 명분 속에 가두고 에너지와 개성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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