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예전에 모시던 어른께서 전화를 하셨다. 최근에 신경 쓸 일이 많아 피곤했었는데, 어제 저녁에 구토와 설사가 너무 심해 병원에 갔는데 혈관이 나오지 않아 수액 주사를 못 맞고 그냥 오셨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몸이 이기지 못한 듯합니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요즘 환절기에 일교차가 심해서 우리 몸이 그런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기 때문인 듯합니다"고 공감하고 지지하면서 안심을 시켜 드렸다.
아픈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경청이다. 고통과 지나온 이야기, 배경 등을 파악하고 묻기도 하면서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성의를 보여주어야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해진다.
성의를 보이는 대화는 '예" "아니오"가 아니라 상대가 자유롭게 답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요?"가 아니라 "기분이 어떠세요?"로 "지금 이런 것이 신경 쓰이나요?"가 아니라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무엇인가요?"하는 식이다.
"네"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이야기의 맥을 끊어버리기 쉽다. 질문을 할 때는 한 번에 한 가지씩만 물어야 한다. 두세 가지를 동시에 질문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내가 임의로 판단하고 관련 짓는 질문일 경우가 많기 때문아다.
환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모호하고 불친절하고 짜증나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마음이 편치 않으셔서 식욕도 없고, 그래서 힘이 없어신 것인가요?"라는 식이다. 환자가 기력과 체력이 약하고 고령인 경우에는 더욱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복잡한 질문에는 대부분 불편한 상황을 넘기기 위해 건성으로 대답하고 서둘러 대화를 끝내려 하게 된다. 부드럽고 차분한 어조를 유지해야 공감과 응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야기하다가 항상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은 경우에는 "대답하기 어려우면 무리해서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라고 배려하는 말을 덧붙이면 조금 더 친절한 질문을 할 수 있고 상대도 마음 편해 한다.
아픈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항상 소리와 행동으로 반응을 보여야 한다. 무조건 맞장구를 치면 오히려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래서 이야기를 할 때는 항상 환자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다.
"네, 네"하고 연신 고개를 끄떡거리지만, 몸이 환자와 다른 쪽을 보고 있다면 경청하고 있어도 제대로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시선을 응시하면서 "네, 네" "그렇지요" "역시 그렇군요" "그러셨어요?" "굉장하네요" "와!" 등의 말을 추임새로 넣어준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