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지금까지 살아온 저마다의 시간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과거의 모든 순간과 연결되어 있으며, 과거는 지금 현재의 순간을 매개로 미래와도 연결성을 유지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유기적 순간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통해 저마다의 스토리를 만들고 그것은 배경으로 혹은 바탕으로 미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태풍처럼 큰 위기와 맞닦뜨려 존재가 휘청거리면 그 순간 이야기가 바뀌기도 한다.
행복한 순간으로 구성된 행복한 이야기들이, 활기찬 순간으로 만들어진 활기 넘치는 이야기들도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는 불행하고 슬픈 이야기로 바뀌어 버린다. 지금이라는 시간이 암울해지면 곧 다가올 미래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자신의 존재와 인생을 긍정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재구성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가 바로 경청이며, 이런 경청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힘든 삶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단순히 듣는 차원에서 벗어나 가슴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면, 환자는 그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고통을 극복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이야기들은 그의 삶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지금의 고통을 이겨낼 계시를 만들어주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경청이 힘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이야기한다고 당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느릿느릿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삶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 순간의 시간과 장소도 중요하다. 그 일과 관련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이나 향수도 상대방에게는 대화의 환경이 될 수 있다. 옷을 단정하게 입고 내 몸에서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는 냄새나 체취를 없애야 한다.
누구의 삶이든 화려하거나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것보다 깜끔하고 청결한 느낌의 삶을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훨씬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환자들을 보다 보면 '생애 단 한 번뿐인 인연'이라는 말을 실감살 때가 많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의 현주소다. 어떤 사람이라도 일생이 단 한 번뿐인 인연이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면 우리 삶과 사회가 자연스럽게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살아가다 큰 고통의 순간이 오고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오는지 답답하고 화도 나지만, 점차 안정이 되고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사람들도 나보다 훨씬 더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고 큰 위로와 깨달음를 받을 때가 많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