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존엄사가 인정되고 받아들여지면서 자기 의사에 따른 공식적인 연명치료 중단 요구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도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나타나 의료진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병원 같은 상급병원에서는 요즘도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5명 이상의 환자가 산소호급기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 중이다. 공식적인 연명치료 중단 요구는 제외하더라도 주치의 개인에게 치료를 중단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보호자가 더러 있다고 한다.
환자가 고령이면서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는 보호자의 손을 들어주기도 하지만, 존엄사 논란이 자칫 경제적 이유와 관련되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담당의사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어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경제적 이유와 무관하게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의학적으로 극히 희박하다면 윤리적인 범주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지만, 존엄사를 자칫 말 그대로 소극적 안락사와 혼동하여 인식하게 되면 여러 가지 의사들의 불필요한 에너지가 낭비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의사들이 환자와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최일선에 있는 의사의 양심적 판단 외에도 병원 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안전장치를 반드시 통해야 하는 이유다. 존엄사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학적, 사회적 모든 치료법을 동원하고도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소수 환자들로 대상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사실 연명치료로 인한 환자와 보호자의 직접적인 고통 뿐만 아니라 수반하는 경제적인 고통도 큰 문제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선진국에서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 존엄사 판단에 의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호스피스 및 의료보장성 등 사회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의료인의 역할은 모든 의학적 치료를 병행한 이후에도 환자의 상태가 매우 악화될 때에만 엄격한 과정을 거쳐 존엄사 의견을 내는 소극적 찬성론의 입장이며,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더라도 보호자와 함께 현실적으로 다른 주체인 종교인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암 같은 회복 불가능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은 태반이 생명연장에 회의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런 입장은 상당히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여러 차례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를 확인하며, 환자의 입장을 법적으로 대리할 법적대리인 제도의 완벽한 존재 하에 실행되어야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런 만큼 고통이 없는 사람은 없다. 경청이 보다 의미있는 행동이 되기 위해서는 환자를 포함하여 상대의 고통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생노병사의 고통이 있다.
또 생노병사의 고통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고통, 구해도 얻지 못하는 고통, 욕망이나 존재 자체에서 오는 고통을 더해 팔고(八苦)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고, 없애는 방법으로 사성제(四聖諦)를 설하셨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고통이 있고, 고통의 원인을 알면 그 고통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실제로 없애는 것이 고집멸도(苦集滅道)로 사성제의 구성요소다. 고통의 여러 종류와 내용과 원인을 알면 없앨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경청의 방법들과 통하는 부분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