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은 몸과 말과 마음이다. 몸은 나란 존재의 물질적 부분으로 끊임없이 생노병사의 변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말은 나의 말하는 능력뿐 아니라 소리, 단어, 몸짓, 얼굴 표정 등의 형태로 교환하는 모든 다양한 신호들과 페로몬의 생성까지도 포함된다.
페로몬은 포유동물에게서 분비되는 화합물로, 동물의 행동과 발달에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말도 몸과 마찬가지로 경험의 무상한 측면이다. 언어와 여러 신호를 통해 교환되는 모든 메시지는 살아 있는 동안만 오고 갈 뿐이다. 몸이 죽으면 말도 함께 죽는다.
마음은 몸과 말을 식별하듯이 그렇게 쉽게 가리켜 보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실제로 마음이라고 부를 만한 어떤 확정적인 대상을 밝혀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음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것또한 아니다.
누구나 생각하고 느낀다. 허리가 아프거나 발이 저리면 알아차리고, 피곤하거나 정신이 바짝 차려지거나 행복하거나 슬프다는 것을 안다. 현상을 정확히 정의내릴 수 없고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해서 그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말이다.
마음의 기증과 연결된 지적, 감정, 또는 감각 활동 등에 기여하는 세포 구조와 과정들은 대부분 과학적으로 확인되었지만, 마음 그 자체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가는 아직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은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전개되는 사건들이다.
본질적으로 마음은 자각 능력을 가진 존재가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처럼, 지렁이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증거다. 비록 우리의 마음처럼 복잡 미묘하진 않다 하더라도 말이다.
마음은 지각 능력을 가진 존재의 본성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어떤 의미에서 몸과 말을 구성하는 다양한 의사소통의 형태들은 단지 마음의 꼭두각시들일 뿐이며, 그에 반해 마음은 이 꼭두각시들의 주인이다.
내가 코를 긁거나 만지면 몸이 자체로 가려움을 인식하거나 손을 저절로 올리게 해서 코를 긁도록 하는 것일까? 내가 갈증을 느낄 때 목마름을 처음 인식하고, 손에 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도록 지시하고, 그것을 마시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역할이다.
신체적 욕구 해소의 쾌감을 등록시키는 것 역시 마음이다. 마음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언제나 현존하며 활동한다. 마음은 건물과 나무, 비와 눈, 맑은 하늘과 구름 낀 하늘의 차이를 인식하는 능력의 원천이다.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나의 경험의 너무도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생각들과 감정들을 비추면서, 하지만 바다와 마찬가지로 마음 그 자체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무엇을 비추든 그 자체는 언제나 깨끗하고 맑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