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클럽에 등록하고 들어가 다양한 운동 기구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스스로 선택된 사람이란 묘한 기분을 즐길 수 있다. 등록의 간편함만큼 운동을 빼먹기도 쉬운 것이 헬스클럽이다. 야외 운동은 나가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막상 시작하면 다르다.
특히 언덕 달리기는 더하다. 조금 쌀쌀함이 느껴지는 가을 아침이지만, 아직 해뜨기 전의 여명을 즐기며 조금씩 움직이며 몸을 풀다 보면 가벼운 차림으로 나온 것을 잘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줄 수 있다.
올림픽대로 아래 토끼굴 출구 바로 앞 출발 지점을 떠나 평지길을 가볍게 천천히 달리며 너그러운 몸풀기를 마무리한다. 조금 달리면 만나게 되는 한남대교 산책로 겸 자전거 도로로 이어지는 연결 램프 오르막을 오르며 심박수와 호흡의 가빠짐을 느낀다.
그런 호흡과 심박수의 버거운 느낌을 즐기며 얼마나 올라가는지 운동앱 모니터에서 확인하면서 두 구비를 돌아 오르면 다리의 산책로에 이어지고, 다시 뒤돌아 보폭은 최대한 좁게, 보속은 더 빠르게 하여 관절에 오는 충격의 강도를 작게 느끼며 내려온다.
다시 강변 산책로를 달려가다 강가로 내려가거나 언덕 위로 올라가는 계단길을 만나면 빠짐없이 오르막, 내리막 계단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강변 트레일 러닝을 계속한다. 버겁게 오르며 속도를 유지하고 내려오거나 평지를 달리며 회복하기가 반복된다.
심장 박동이 한계선을 넘거나 가까이 가면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가쁘고, 사두근에서 피로감의 신호가 오기도 한다. 속도를 줄이면 숨과 심장이 편해지며 정상으로 회복되면서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내가 10분쯤 한강 산책로를 달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 짤막한 달리기 경험의 한 장면이다. 트레일런은 산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가에서도 어떤 코스를 잡을 것인가에 따라 계절에 관계없이 마음껏 트레일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울퉁불퉁 오르락내리락하는 자연의 세계로 들어가 갖가지 스트레스와 도전에 맞닥뜨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근육과 신경들이 활성화된다. 근육과 뉴런만이 아니라 오르막 꼭대기에 꾸역꾸역 올라 서면 자신도 모르게 이겼다는 탄성의 웃음이 나온다.
이런 성공의 미소를 지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 고난 극복과 정상 정복의 경험, 역경과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기쁘고 의기양양한 도취감 뒤에는 근육 활동에 자극 받은 생화학 물질, 대표적으로 행복감과 뇌 기능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도파민 분출이 잇따른다.
이것은 진화가 우리를 계속 전진하게 하고, 생존에 성공하게 하려고 준비해 놓은 멋지고도 유일한 선물이다. 진화는 우리에게 일용할 행복을 처방해 놓았지만, 그 행복을 맛보려면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개천절 하루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