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18.07.12 + 작 성 자 : 관리자
+ 제     목 : 전망 좋은 곳은 항상 푸른색 풍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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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나는 교통수단이 거의 필요없는 편이다. 아름답고 멋진 한강 산책로와 주변의 산과 도시의 길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어릴 적 동네 좁은 골목길들 사이를 뛰놀던 생각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즐겁고 더 좋다.

강과 산과 도시의 푸른색은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서울만의 것이다. 숲 자체 뿐만 아니라 주변의 식물들도 모두가 단 한 가지 색, 푸른색이 무지개처럼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름철 도시의 다른 색들은 모두가 녹색의 그림자일 뿐이다.

여름철 푸른색은 하나의 색이라기보다는 주변을 장악하는 어떤 울림 같다. 모든 것이 푸른색이거나 푸른색이 되어가는 중이다. 불상의 이끼까지도 푸른색이다. 돌도 푸른 이끼 때문에 식물로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 식물들의 푸른색도 푸르지만, 그 중에도 가장 밝은 푸른색은 길가나 오래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다. 플라터너스 나무는 낭만의 나무다. 플라나너스 나무는 자신들만 낼 수 있는 밝은 푸른색이 필요하다는 듯 보란 듯이 빛나고 있다.

세상 어디서나 우승자는 하나뿐이어야 한다고 과시하는 듯하다. 상대 평가를 한다면, 플라타너스 나무만이 진짜 녹색이다. 오직 길가와 운동장의 푸른색만이 진짜 푸른색이다. 오직 플라타너스 나무의 푸른색만이 푸른색의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가 보는 푸른색과 주변의 모든 것이 뿜어내는 비옥한 기운, 그 모든 것들이 온 힘을 다해 자라고 있다. 자라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쩌면 자라는 일 자체의 즐거움만을 위해 그렇게 자라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바람이 불면 잎을 흔들어 더위를 식혀주고, 새들의 둥지가 되어주고, 하늘의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고, 작은 동물이 기어올라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자리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이런 것이 다 나무가 하는 일이다.

구경거리가 되기도 하고 관광에도 한몫을 하면서 늘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 사이에 있다. 여름철 비옥한 푸름은 얼른 보면 야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주 잘 관리된 것들이다. 아무렇게나 자란 것 같은 공원의 나무도 모두 경제적인 이유로 내버려둔 것이다.

보기 좋으라는 이유로 거기 있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규모 자체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서 경제적 가치 같은 것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그 자리의 그 풍경에는 어떤 필연성이 있다. 모든 것이 아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마치 저절로 경작된 것 같다.

이리저리 곡선을 따라 차곡차곡 잘 쌓인 나무와 풀들 때문에 풍경은 늘 스스로 모양을 바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풍경의 변화하는 모습을 잘 조망할 수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으면 그 장소가 더 멋진 장소가 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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