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별거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던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이라는 허상 속에 갇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키우며 정신 없이 살다가 어느 날 '나는 뭘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면 지금까지의 그 많던 장점들이 단점이 되어 버린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제때 제대로 대화나 행동을 통해 해소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연대가 약해지고 신뢰의 바탕이 깨어지면서 한 공간에 있는 시간들을 견뎌내기 힘들어지고 그런 긴장관계를 참지못하는 쪽이 뛰쳐나가게 된다.
아내로 엄마로 강인하고 똑똑하게 살아오던 여자분들이 사랑만큼은 구닥다리 사고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별 존재가 아닌 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자신의 유능함을 깍아내려야 한다는 오해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강인하고 성실했던 아빠의 모습을 단번에 박살내버려 자신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남자도 사랑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잘못을 생각해 보지 않고 상대를 원망하고 불만꺼리를 찿아내 주위에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게 된다.
부부가 사랑에 지쳐있으면서도 게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식 사고방식을 싫어하는 남자들도 많지만,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기고 나약한 여자처럼 행동하며 매사를 거래로 해결하려는 태도에는 질색한다.
상대의 꼼수를 가늠하느라 서로 솔직한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다. 그러는 와중에 안타깝게도 사랑의 감정은 식어가고 메말라버리고 만다. 모든 해결책을 법원이나 책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를 사로잡으려면 나를 어떤 틀에도 끼워맞추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법규정이나 책의 문자들은 나 스스로를 어떤 정해진 틀에 끼워맞춰야 한다고 설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이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 어려운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지뢰밭이기 때문에 직관과 믿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자신이나 상대를 꾸며야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사랑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도 없다. 사랑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맞지만, 사랑을 받기 위해 나 자신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신뢰는 도망가고, 열정은 식어버릴 뿐이다.
사랑하는데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전통적인 성역할이 서로를 옭아매기는 하지만, 노력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더 비싸게 군다고 해서 사랑이 깊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 밀당게임에 열중한다고 해서 서로 상처주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랑 앞에 혼란스럽고 불안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신만의 매력과 품위,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끊임없이 의식하거나 머리를 굴리지 않아야 상대가 그런대로 멋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랑을 향한 모험정신을 한 번 더 맛볼 수 있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