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19.01.01 + 작 성 자 : 관리자
+ 제     목 : 인생은 하나의 원이다. 시작도 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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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아주 많은 날들을 더 많는 사람과 일과 길들을 만나고 스치고 교차하며, 아주 소수의 사람들과 아주 짧은 시간만 같은 길을 함께 간다. 그런 모임과 이동은 항상 모험이었고, 내가 만나 선택한 모든 길들이 나를 어디론가로 이끌어주었다.

내가 지나온 길들은 계획하거나 우연한 계기로 선택했으며, 그 길을 지나는 동안 일어난 모든 경험과 치른 결과와 거둔 보상들이 지금의 나의 모습과 존재감를 형성해왔다. 어릴 적 좌우는 산으로 막히고 앞쪽만 터진 V자형 좁은 산골에서 앞으로 펼쳐진 세상에 대한 상상을 많이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어머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지만, 원한다고 뭐든 말하거나 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네가 빨리 자라 스스로 그 결과에 기꺼이 맞설 수 있어도 가능할까 말까다." 헛 공상한다고 힘쓰지 말라는 말씀이다.

내가 자라서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말이 나를 항상 잠시 멈춰 생각하게 만들었고, 직관에 의지해 주어진 상황에서 모든 요소들을 살펴보게 만들었다. 아무리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선택이나 대응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보장해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낙제와 같은 가장 바라지 않았던 결과로 스스로를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머니의 말씀은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과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을 통해 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가르치려는 의도이셨음을 알게 된 것은 정말 한참 후의 일이다.

매일의 낮과 밤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지나감을 가르치듯이, 인생살이에서 하는 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낮과 밤의 흐름에 따라 똑같이 변화하는 가장 상식적인 요소들을 충족시켜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삶은 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보편적으로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실패한 일들도 알고 결국은 내가 선택한 방식들이 자만에 차있었고, 그런 만큼 진지하고 세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특별한 삶의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다. 설사 그런 삶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실패하고 말 뿐이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고자 하고, 되고자 하는 과정을 통해 자식들이 고통받는 것을 막으려 한다. 그것이 '때가 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식과 손자들까지 생겨서 생각해보니까 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분명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내 삶을 결정하고 살아갈 있도록 놓아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초등학교 3, 4학년부터 내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셨고, 고등학교 때는 부산으로 유학을 보내주셨다. 그 덕분에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선택한 결과에 대한 경험과 교훈이 온전히 내 것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지혜의 토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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