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와서 진료실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에게서 "이렇게 살아서 뭐하겠어요, 그냥 빨리 가는 것이 제일 좋지!"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가족들에게 짐이 될까 걱정스러워서 또는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나는 그냥 무관심으로 대응하거나 고개를 끄떡이며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듯 응답한다. 그리고 물어본다. "아니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죽기 싫어 야단들인데, 그런 생각은 왜 하세요?"라며 웃으며 중립적 자세를 유지한다.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거나 "다른 사람들 신세만 지고 있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고 사는 인생이라 쓸모없어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에 물어보는 등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스스로 대답을 찾을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제가 해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면 힘이 되어드리겠다고 약속하거나 정말 그렇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도록 이야기할 때도 있다. 이렇게 나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을 통해 스스로 깊게 생각하게 해준다.
힘들 때일수록 인생의 의미를 찾는 단서를 제공하는 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잘 들어주는 자세이겠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는 반드시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으며 넘기는 것도 자연스럽고 현명한 대응인 듯하다.
간혹 꼭 나의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계속 치료 받으면 나을 수 있을 것인가?"하는 질문 형식이 대표적이다. 괜찮아질 것이라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비정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게 하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실현 불가능한 현실에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목표 지향적인 대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을 하는데 익숙하다. 작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전체를 좋게 만들어가는 방식을 친밀하게 느낀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큰 문제이거나 문제가 너무 많아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작을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전체 문제를 해결하는데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수 있다. 이럴 때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방식이다.
낫는다는 희망도 중요하지만, 그런 생각과 병행해서 하고 싶은 일 같은 것을 찾는 것이다. 즉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동시에 한 차원 높은 목표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계기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의료적인 것 외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나 그 동안 하고 싶었거나 해야 할 일들이 없는지 물어보는 방식이 좋다. 목표를 가진 환자들이 문제 해결만 중시한 환자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를 세우는 행위가 삶에 대한 희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