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운(運)빨이라 한다. 운의 한자말 '움직일 운運'으로 쓴다. 즉 운은 운명(運命), 운수(運數), 혹은 운대(雲臺)처럼, 그 결과가 미리 정해져 있어서 사람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을 의미하며, 별로 애쓰지도 않았는데 예상보다 결과가 좋으며 '운이 좋다.'고 한다.
원래 운의 사전적 의미는 운반하거나 옮기는 것으로, 운이 좋아지고, 운을 부르고, 운이 다하고, 운을 하늘에 맡기는 등의 돌고 도는 길조의 현상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인감도장을 새길 때 운이 붙는다는 의미가 담긴 글자를 새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막연하게나마 운의 존재를 인정하고 믿고 있다. 길을 걷다가 뜻하지 않게 동전을 줍거나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면 '오늘 운이 좋다'거나 '행운이 오겠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삶에 운을 덧붙여 좋아질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처럼 무턱대고 행동하는 사람들 가리켜 무대뽀, 멧돼지처럼 자기 힘만 믿고 달려드는 저돌적 무모함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은 비난하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칭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하고 나서 행동을 했어야 한다거나 별 생각 없이 행동하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훈계적 의미의 분위기가 실려 있다. 그러나 살아보면 무모함 또한 우리 삶에 지극이 자연스러운 행위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어느 정도 판단이 이루어지고 난 뒤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행동이 먼저 이루어지고 나서 그 행동의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이 한 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납득시키려는 이유나 설명을 갖다 붙이려는 것이다.
서로 마음이 끌리는 남녀는 행동을 함께 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함께 한다는 의식이 먼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먼저 함께 차 마시고, 식사하고, 일을 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나는 저 사람이 좋아'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일단 좋다고 의식하고 생각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과 다른 태도를 보여주게 되고. 상대가 그것을 느끼게 되면 확실한 감정으로 발전하게 된다.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결정하고, 나중에 '다정하고 성실해서'같은 이유를 붙이게 된다.
운이 있다거나 없다는 것도 행동이나 현상의 결과만 보고 그렇게 말하지만, 이 또한 행동에 이유를 붙이 것에 불과하다. 운이 먼저 있고 나서 행동이나 결과가 따라온 것이 아니라 먼저 행동이 있고 나서 결과가 따라온 것이다.
지금 눈앞에 나타난 결과는 '잘 풀린다' 또는 '잘 안 풀린다'는 사실뿐이지만, 사람들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 그럴까?라고 생각한다. 그 때 나오는 설명 중의 하나가 '운이 좋았다' 또는 '운이 나빴다'는 것이다. 연애나 이혼 이유처럼 말하기 위한 근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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