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19.09.06 + 작 성 자 : 관리자
+ 제     목 : 박제된 생각은 생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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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먼저 '나'를 생각하면서 자아에 집착하고, '나의 것'을 생각하면서 물건에 애착을 갖는다. 고통은 갈망이라는 마음의 근본 조건에서 일어나는데, 이 갈망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

갈망이나 갈증, 혹은 집착은 무상의 반대가 되는 영원과 안정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를 의미하고, 무상을 거부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이런 갈망의 가장 근본적인 성향은 '나'와 '남', '주체'와 '객체', '좋은 것'과 '나쁜 것' 등의 모든 상대적 구분에서 시작된다.

즉 그런 구분들이 본래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오해에서 시작되고, 이런 잘못된 앎을 '무지'라고 부른다. 무지를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면, 매운 고추장 단지에 붙은 상표를 매운 고추장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람, 장소, 사물이 본래부터 독립적으로 견고하게 실재하는 것이라 여기는 관념으로부터 욕망과 혐오라는 두 가지 충동이 생겨나고, 좋은 느낌의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어 계속 지니고 있고, 나쁜 느낌은 것에 피하고 제거하기 위해 달아나려는 욕구다.

무지, 욕망, 혐오를 합쳐 세 가지 독이라고 한다. 이것들은 마음 속에 너무 깊게 뿌리박혀 있어서 어떤 경험을 할 때 개별적이든 합동으로든 수없이 많은 또 다른 태도와 감정이라는 구름을 만들어 내어 마음을 가려 독이 되는 습관들이다.

자만심, 완벽주의, 열등감, 자기혐오, 내가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가질 때 느끼는 질투심, 병들고 나이 든 부모를 보면서 드는 슬픔과 절망 등이 그런 것이다. 이런 태도와 감정들을 번뇌 혹은 무명이라고도 한다.

이것들이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에 한계를 만들고, 그 결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우리의 잠재능력을 가로막기 때문에 '나'와 '남'이라는 근본적인 구분을 하게 되면 '나의 것'과 '남의 것'이라는 식으로 모든 경험을 제한하게 된다.

연식이 오래된 승용차를 몰고 가는데, 사로고 망가진 벤츠나 롤스로이스 같은 외제차가 지나간다면 그 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애착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얼마 후 새 차를 구립하려고 중고차 시장에 들러서 아주 적당한 가격의 벤츠와 롤스로이스가 있다.

얼마 전에 본 그 차들이지만, 이제 그 차들은 나의 것이다. 하지만 집으로 운전해서 가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돌맹이에 앞 유리가 금이 갔다. 얼마 전에 본 사고로 파손되어 아무런 애착 없이 바라보던 그 차이지만 이제는 내 차가 되었고, 화가 난다.

무지, 욕망, 혐오의 삼독과 그들로부터 생겨난 모든 심리적 감정적 습관들은 사실 고통의 원인이 아니며, 그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고통이 생겨난다. 우리 자신의 견해에 고착화될 때 우리는 박제된 동물이나 곤충들처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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