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하려고 하는 철저한 직업 정신을 말한다. 전문가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 '장이'가 바로 그런 의미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일정한 직업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한 사람을 '장이'라고 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 자신의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철저한 장인 정신의 소유자를 말한다.
즉, '장이' '쟁이'라는 호칭은 우리 민족의 정신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철저한 장인 정신과 직업 윤리의 한 표현이다. 매년 10월이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가 바로 인류와 사회를 위해 위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노벨상'이다.
그런데 노벨상을 수상하기 1~2주 전에 발표되는 또 하나의 노벨상이 있는데, 이름하여 '이그노벨상'이다. 이 상은 황당하고 웃기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거나 작은 것을 집요하게 파고든 연구에 수여하는 상이다.
시상식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리며, 웃기지만 진지한 연구들에는 발냄새는 발에 난 땀이 부패해 생기는 '이소발레릭산'이라는 물질이 원인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발냄새가 난다고 착각하는 심리적 요인도 있다는 점을 입증한 일본 연구팀이 받았다.
미국 의회에서 니코틴에는 중독성이 없다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연구결과를 조작하여 증언한 담배회사 대표들, 6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왼손 손가락 관절을 꺾어, 손가락 꺾기가 관절염과 상관없음을 입증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의사가 받기도 했다.
이그노벨상은 쓸데없는 장인정신에 대한 격려의 의미라고 보면 되겠다. 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식량을 모은 개미와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마음껏 놀다 겨울이 되어 먹을 것이 다떨어진 베짱이의 고생이 주제인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도 비슷하다.
'먹을 것 좀 주세요!'라고 구원을 바라는 게으른 베짱이에게 개미가 포용력 가득한 온화한 얼굴로 '좋아요. 베짱이님, 하지만 당신도 여름에 땀을 흘렸으면 좋았을 텐데요.'라고 말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겉으로는 '그러니 평소에 부지런히 일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온화함이란 승자의 긍지다. 승자의 긍지란 자만심이다. 자만심은 반드시 추락한다. 따라서 개미에게는 사실 쇠락의 징조가 보인다는 것을 이솝은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개미 같은 사람들이 쇠락할지 여부는 사실 흥미가 없는 주제이다. 중요한 것은 개미가 반면교사로 가르쳐주는 중요한 것은 내일의 결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 완고한 전진주의다. 축적 지상주의에 빠진 경직된 자세다.
완고함이나 경직된 자세에서는 창조는 생기지 않는다. 베짱이가 여름내내 노래만 부르고 들떠 다녀서 영락한 것이라면 다음에는 춤에 정신을 잃으면 된다. 또 영락하면 그 때는 하늘을 날면 된다. 어제보다 오늘이 반드시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창조성은 거기에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