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19-6] 색즉시공(色卽是空): 번뇌와 망상은 내가 만든 내 안의 도둑이다
흙탕물이 가득 들어 물통을 계속 휘저으면 안에 혼탁한 흙탕물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휘젓는 일을 중지하고 그냥 지켜보면, 흙탕물이 가라앉으면서 찌꺼기가 보인다. 나라는 형상의 그릇 속에도 온갖 번뇌 망상이 가득합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정되면 내 안의 번뇌 망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공부나 수행을 할수록 더 많은 번뇌 망상이 보이는 이유는 뭘까? 물통 속에 있는 찌꺼기가 있었으니까 보이지 없었던 것이 가만히 있다고 보이는 것은 아닌 이치와 똑같다.
번뇌 망상이란 내가 만든 내안에 있는 생각의 찌꺼기들이다. 밖에는 그 어디에도 망상이 없기 때문에 물이 가라앉은 만큼 찌꺼기가 보여야 당연한 것이다. 내안에 있는 망상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으면 어떤 망상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다.
도둑을 알아야 잡을 수 있듯이 내안에 어떤 도둑이 있는지 알아야 해결방법도 찾을 수 있다. 망상이 일어나면 그것이 망상인 줄 알아차리고,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망상에 끌려 다니지 말라는 말이다. 번뇌 망상이란 본질이 공한 것이니까 그 본질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잡은 것이다.
번뇌 망상이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억지로 떠맡긴 것도 아니고 밖에서 들어온 남의 것도 아니다. 내가 찍어놓은 환영의 사진인 동시에 내가 걸어온 내 발자국으로, 내 잠재의식 속에 내가 저장해 놓은 내 모습이기 때문에 내가 책임져야지 그 누구도 대신 책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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