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20.03.11 + 작 성 자 : 관리자
+ 제     목 : 뭔가를 이룸은 이미 잃음의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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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가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신만의 도덕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마음은 항상 하나의 행위자, 혹은 무엇인가 되려는 욕망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천국에 가면 하느님 앞에 죄인들이 앉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생애를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내가 상처를 입을까. 괜히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즐기고 비난받는 짓들을 하는 동안 나는 덕과 인격을 키웠는데, 신들 주위에 죄인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니까 쓸데 없는 곳에 시간을 허비한 듯해서다.

죽어서 간 세상에서 성자와 죄인들을 함께 본다면 혹시 몹시 자존심이 상하고 그런 자신이 슬프고 비참해질 수 있지만, 내가 쌓아온 공덕은 자아의 한쪽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우월해지기 위해 성스러움을 키운 것이다.

마음은 여전히 똑같다.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해서 보다 우월해지는 것, 다른 사람보다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 이것이 나 자신의 좌우명이다.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으면, 다른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나는 부자란 의미다.

내가 성공할 수 있으면 나만의 거대한 거처를 가질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세들어 살 것이다. 위대한 학자가 될 수 있으면 나는 박식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무식할 것이다. 이런 이원론적 구분은 계속된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형태로든 경쟁하고 있고, 더 우월해지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개성을 키우고 다른 사람들보다 빛난다면 재난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빛나려고 애쓰지 말자.

이기주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을 키우지 말라는 말이다. 그래서 무아, 즉 내가 없는 길을 가는 것이다. 무아 없이는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인격을 쌓아 신처럼 될지 모르지만 자아가 여전히 있다면 신성함이 곧 악마를 돕는 길이다.

나의 모든 덕은 단지 얼굴일 뿐이고, 죄인의 탈이 그 안에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그 죄인은 덕이나 어떤 형태의 개선으로도 탈바꿈될 수가 없다. 내가 그곳에 없을 때만 그것은 사라진다.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은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잃음의 시작이고, 이름 얻고자 하는 마음은 이름 잃음의 시작이 되는 때라는 말이다.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자기 자신에 만족해야 한다면 만족해야 하는 자신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존재하지 말라는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만족할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더 이상 만족하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이것이 진정한 만족이다. 바람이 지나간 것처럼 나 자신이 사라진 것이다.

내가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은 거짓된 것이다. 내가 아직 거기 있다는 의미이고, 내가 거기 있다면 단지 나의 자아를 채우는 것에 불과하다. 뭔가를 얻었거나 도달했다고 느끼는 것은 이미 놓친 것이다. 이미 멀어진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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