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20.03.09 + 작 성 자 : 관리자
+ 제     목 : 절대적으로 아무 것도 되지 않는 것이 곧 모든 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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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할 능력이 없다면 현상의 모든 경이로움과 두려움도 경험할 수 없다. 모든 생각과 느낌, 그리고 일상의 삶에서 내가 만나는 사건들은 그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나 자신의 근본 능력에서 생겨난다.

나의 본성을 이루는 속성인 지혜와 능력, 사랑과 자비를 표현할 때 깨달은 사람들은 '한계가 없는', '무한한' 같은 어휘를 사용했다. 개념을 초월해 있지만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의미로, 본성의 토대 자체가 공이라는 말이다.

좀비처럼 무기력한 텅 빔이 아니라 나로 하여금 현재의 현실적 상황을 인식하고 분별하게 해 주는 근본적인 자각을 무엇이라 부르든 공과 불가분의 관계인 깊은 물처럼 고요하고 침착하면서도 무거운 투명함 역시 내 본성의 근본 특성 중 하나이다.

일상의 매 순간 생각과 감정과 느낌이 일어날 때 나는 그것들을 자각한다. 그 순수 자각 상태에서는 '경험'과 '경험하는 주인공'이 하나이며 같다. '타인이나 대상'과 '타인이나 대상을 자각하는 것'과 '나'와 '나를 자각하는 것'이 동시에 일어난다.

우람하고 거대한 자연 현상을 처음 접했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느끼는 기대나 판단에서 해방된 꾸밈없는 자각, '순수 관점'이라는 것이다. 웅장하게 펼쳐지는 한강의 저녁 노을의 풍경 앞에서 '나'와 '내가 보고 있는 것'을 구분할 수 없다.

단지 거기에는 '보는 일'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순수 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인 분별에서 어떻게든 해방되고 벗어나야 하고, 그것의 원인이 되는 희망과 두려움 같은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억제해야 한다고 오해들을 한다.

상대적인 세계의 표현인 것처럼 상대적인 분별작용은 본성의 표현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과 신체적인 느낌들은 무한한 잠재 가능성의 끝없는 한강 물결 위에서 생겨났다 소멸되는 파도들의 생멸과 같은 것이다.

문제는 내가 오직 파도만을 보고 파도를 한강이라고 오해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파도를 볼 때마다 나는 한강을 조금 더 자각하게 된다. 그럴 때 나의 초점이 이동하기 시작한다. 깊은 강물의 고요함과 침착함을 보게 된다.

아무리 파도가 일어나고 사라져도 한강 그 자체의 본질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파도보다는 한강과 하나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한강의 파도를 바라보기 시작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공은 어떤 것이든 생겨나고 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이고 무한히 열린 하나의 '잠재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경험이든 생멸할 수 있는, 크리스털 프리즘처럼 모든 색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모든 색을 다 비출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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