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24.12.17 + 작 성 자 : 이동윤
+ 제     목 : 새로울 것 전혀 없는 달리기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달라지고 문제는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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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겨울 추위가 깊어질수록 옷을 더 껴입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 보면 겉 방풍 다운자켓의 후드가 얼굴을 자꾸 덮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눈이나 겨울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 위로 운동복을 입고 나서는 것은 단지 내 의지의 표현이다.

영하 4~5도의 기온과 초속 2~4m의 바람 때문에 해 뜨기 전 길 위에서 달리며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까지 오르내리지만, 얇은 기능성 옷들을 겹쳐 입고 모자와 목도리와 장갑, 안경과 마스크 덕분에 조금만 가면 온 몸이 풀리게 된다.

어느 아침 흩날리는 눈발 속을 달리며, 하얗게 빛나는 눈부신 세상을 배경으로 띄엄띄엄 만나는 주자들이 남긴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두드러진다. 신기하게도 강물 표면에서는 수증기가 올라올 때도 있다.

나와 비슷한 속도의 주자를 만나면 잠깐 동안 알고 있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함께 달릴 때도 있지만, 달리기도 운동인 만큼 서로의 실력에 따라 자연히 틈이 벌어지기 일쑤다. 그것이 체력이며, 나의 수준일 뿐이다.

훈련을 통해 체력이 좋아질수록 속도도 조금씩 향상되기 마련이고, 시간에 관계 없이 함께 발로 딛는 거리와 시간은 우리를 오래된 가까운 친구 사이처럼 이어주기도 한다. 주로에 나설 때마다 은근히 그 지점에서는 생각나며 다시 만나는 날이 기다려진다.

대부분 혼자 달리게 되지만, 아무래도 좋다. 함께 달리면 나 자신도 모르게 체력이 조금 더 향상되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도 있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타향살이만 했던 나는 엄마가 말기암 판정을 받고 나서 우리 집에서 반 년 정도를 지내셨다.

그 시절에도 나는 아침 새벽에 나와 밤 늦게 들어가는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후 섭섭한 마음은 덜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2~3주 전 부산 형님댁으로 떠나는 날 아침 출근길 인사를 드리면서도 후회는 많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달리기 관련 글들을 많이 쓰고 있었고, 달리기 친구들과 달리게 일상에 몰두해 있을 때였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다시 혼자 남겨졌다는 고아의 외로움으로 명상 달리기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주위 지인들과 관련된 장례식장에 조문을 갈 때마다 나는 고아라는 생각에 매번 빠지면서 외로움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머릿속 압력 밸브가 열리고 별의별 생각들이 구름처럼 떠올라 흘러 다니기도 했다.

그런 생활에서 달리기는 정신적 고통과 자기 비하에서 탈출하는 확실한 길이 되었고, 달리기 중에 불쾌하거나 위험한 생각이 들 때도 호흡과 신체 감각에 다시 집중하여, 골반을 앞쪽으로 기울이고 저 멀리 앞 쪽을 보면서 발걸음 소리에 박자를 맞췄다.

이렇게 왼발 오른발의 신체 감각에 호흡을 맞추다 보면 내면의 부정적 목소리가 내 약한 의식에 접근하지 못하게 된다. 달리기는 내가 나아갈 길을 선택하고 발을 놀리기만 하면 될 뿐, 새로울 것이 없다. 전에도 수없이 해본 일,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 시작하면 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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