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뛰어 보면 그 날의 컨디션 농도를 직감 할 수 있다.
몸 풀기 때 이미 체크 됐지만 참 쾌청했다.
시청쪽을 치고 나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가볍던지
"음~ 오늘, 일 한 번 내버리자"
순간 스치는 얼굴들이 떠 올랐다.
내가 그렇게 훈련했다고 해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 말처럼
도무지 믿지를 않던 bzr장군, 뚱 안회장님, 그리고 1시간 접어줘 고도의
자존심 상하게 한 성마니 성, 딱 뛰어 보니
다 내 밥임을 알 수 있었다.
남대문을 치고 돌아 을지로 어디쯤에 5km 지점을 통과 하는데
아뿔싸, 정말 나도 놀랐다.
그 동안 그 많은 풀 대회를 뛰어 봤지만 초반 5km를
정확히 25분에 통과 한 경험은 난 생 처음이었다.
보통은 28분대가 고작, 그것도 몸이 좀 나른 할 때는
30분 언저리를 버둥대는데 와~~ 25분을 끊나니.
그러고도 발걸음은 한 나 도 안 피 곤..
순간 고민했다.
이렇게 계속 치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한발 뒤로 물러 28분대를 뛸 것인가.
계속 28분대로만 뛰어도 3시간 50분대 초반은 가능했다.
그러나 만약 3시간50분대 초반이라면 세 사람 모두
페펙트하게 이기기는 좀 곤란하다는 판단이 섰다.
6km를 지나며 나는 세 사람과의 역학관계에 바빴다.
먼저, bzr에 대하여
필시 부상이 맞다면 3시간 55분대 정도요
꽤병이라면 3시간45분대, 절대 만만치 않는 준족이다.
그도 이번엔 나와의 자존심 대결이 걸려 있어
(더군나나 금땡이까지..)연습량이 녹녹치 않았으리라.
결국 이 자슥을 완벽하게 이기기 위해서는
그래서 몇 년은 또 울겨 먹을라면 지금 이 페이스가 좋았다.
사실 이 자슥, 부상이 아니라면 이 페이스로도 안전하진 않았다.
아니 좀더 땡겨야 했다.
늘 몇 분 빠른 것 가지고 지 밑에 똘만이처럼 나를 생각하는
그 못된 버릇, 폭풍 지난 뒷자리처럼 말끔히 씻겨 주고 싶었다.
그 허망되고 못된 버릇 이 참에 개 잡듯 콱, 작살내 버리고 싶었다.
짜슥, 까불지 마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