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21.02.01 + 작 성 자 : 관리자
+ 제     목 : 대양에서의 나비의 날개짓이 나에게는 태풍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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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벙긋하면 그르친다'는 말이 있다. 개구즉착(開口卽錯)이라고 한다. 불교 명상 수행에서 입을 열어 언어를 사용하는 순간 진리를 왜곡하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어그러진다'는 말도 있다.

"도(道)는 말할 수 없다"는 도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말들이다. 진리에 대한 언어 및 개념적 접근을 금기시하는 말들이다. 진리에 대한 개념적 접근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의미로 명상 수행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경귀라 할 수 있겠다.

"부처란 무엇인가요?"란 질문에 "개똥이다"라 답하는 선문답에 깜짝 놀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개똥은 쉽게 말하면 헛소리 또는 난센스라는 의미다. 젊잖게 말하면 "무(無)"라고 말해도 되겠다. 그런데 무엇이 난센스라는 말인가?

쓸모 없는 헛소리 그만하고 이것을 화두를 들고 참선을 통해 깨우치라는 말이다. 실용주의가 상식인 현대 기술 사회에서 이런 신비주의적 방식이 통할 수 있을까? 부처님께서는 삶에 대해서는 무아를, 세상에 대해서는 연기를 깨달았다.

연기란 모든 사물이 조건에 의해 생성, 지속, 소멸한다는 부처님의 통찰이다. 아무것도 자기 스스로 존재할 수 없어서 독립적 존재가 불가능하니 스스로의 본질, 즉 자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모든 것이 공하다.

연기의 진리를 개개인에게 적용하면 무아의 진리도 쉽게 보인다. 아무도 스스로 존재할 수 없어서 개인의 본체 또는 본질, 즉 실존이 없기 때문이다. 조건에 의해 생멸하는 모습이 존재세계의 실제 모습이다.

연기를 단순히 인과 관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비인과적 관계로도 확대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제대로 이해가 될 수 있다. 정보통신과 소통이 발달한 21세기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불교에서는 예로부터 삼라만상 일체의 사물이 서로 무한한 관계를 가지고 얽히고 설켜 서로가 서로에게 끝없이 작용하면서 어우러져 있는 일체화 되어 있다고 여겨왔다. 대양에서 나비 한 마리의 날개짓이 우리에게 태풍으로 나타난다는 의미가 그것이다.

그렇게 연기하는 세상의 실제 모습을 말과 글로 직접 기술할 방법이 없다. 어떤 말이나 개념도 분별 또는 차별을 유발하고, 이 분별은 아무 걸림 없이 연기하는 세상의 모습을 왜곡해 진리로부터 우리 시선을 차단한다.

'나비'라는 개념을 떠올리거나 말을 하는 순간 우리는 두 가지 오류를 범하게 된다. 첫째, 마치 나비라고 불리는 곤충이 공통으로 고유한 본질, 즉 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또 이 세상을 나비와 나비 아닌 것으로 양분하여 분별해 버려 서로 연기로 맺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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